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6월 9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6-09 조회수 : 107

복되신 교회의 어머니

 

 

오늘 기념일의 설정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습니다. 선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7년 전인 2018년에, 성령강림대축일 다음 월요일을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제정하신 시점부터입니다. 교회의 어머니라는 호칭은 초대교회 때부터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바오로 6세 교황님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헌장을 반포하시며 마리아에게 이 호칭을 부여함으로써 공적인 교회 호칭으로 자리하게 되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마리아께서는 성령강림 이후 어머니로서 교회를 돌보셨고, 여기서 마리아의 영적 모성이 드러난다고 강조하시면서 이 날을 기념일로 지내도록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의 마지막 순간, 어머니 마리아와 사랑하는 제자 요한 사이에 모자 관계를 맺어주시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펼쳐집니다. 이 모자 관계 체결에서 우리는 한 두 가지 점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인간적인 차원에서, 당신이 자라난 장소인 나자렛을 떠나 공생활에 접어드신 이후 3년 동안, 홀어머니를 거의 살펴드릴 수 없었던 처지에서, 특히 악의적인 온갖 소문으로 마음을 아프게만 해드렸던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에서, 곧 불효자의 마음에서, 어머니를 가장 가까운 제자에게 맡겨드렸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이 모자 관계가 성경에 기록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에서, 이는 분명 어머니와 한 제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를 넘어, 어머니와 제자들, 나아가 믿는 이들 사이의 공적이며 영적인 관계를 공고히 함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모자관계 체결을 통해, 예수님이 사랑하시는 제자가 제자들 전체, 나아가 믿는 이들을 대표하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바로 이들의 영적 어머니가 되신 것입니다. 이 관계는 예수님이 승천하신 다음 예루살렘 성안에 위치한 거처에서 사도들이 기도에 전념할 때, 그 자리에 예수님의 어머니가 함께하셨다는 사실로도 확인됩니다(사도 1,12-14).

 

마리아는 이처럼 교회 안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마리아는, 온전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해 나가는 교회의 참모습을 보여주신 신앙인의 전형(典型)이며 모범이십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제일 처음, 그리고 완벽하게 실천하신 분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리아를 동정으로 머물도록 부르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리아의 모성은 동정성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거룩하게 드높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하와와 전혀 다르게(1독서 참조) 순결한 처녀로서의 교회 모습을 역사 안에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복되신 마리아를 통하여 우리는 예수님과 형제가 될 수 있는 은총을 선사받음과 동시에, 이 은총은 우리 서로 형제애를 돈독히 해야 하는 사명 앞에 서게 합니다.

오늘 하루,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우리의 어머니로 세워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 감사의 마음을 마리아의 모범을 따라 순결하면서도 적극적인 신앙생활로, 또한 우리 모두 한 형제임을 가슴 깊이 의식하며 살아나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