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요한 19,25-34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서 우리를 입양하신 성모님!
성 금요일 오후 예수님의 십자가형이 집행되고 있던 골고타 언덕의 상황은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습니다.
예수님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두 명의 사형수들이 흘린 피로 사방이 피비린내로 가득했습니다.
십자가 위에 매달린 사형수들이 극도의 고통으로 인해 내지르는 비명과 신음 소리가 골짜기 전체에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반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들을 구원해 주러오신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인간들이 처형하고 있습니다.
백번 천번 감사의 예를 다해도 부족할 터인데, 죄인인 인간들이 존귀하신 하느님의 손과 발이 못을 박고 있습니다.
십자가 아래 서 계셨던 성모님께서 겪으셨던 내적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까요?
성모님께서는 차라리 내가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하면서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어쩌면 성모님께서는 예수님께서 겪고 계시던 참혹한 육체의 고통에 영적으로 긴밀히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마지막 단말마의 고통을 겪는 순간, 숨이 떨어져 가는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아래 서 있는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제자, 남겨질 교회와 양떼인 우리를 걱정하십니다.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고통 감당하기도 힘겨우실 텐데, 자신에게 휘몰아쳐 오는 광풍과도 같은 괴로움에 대해서는 일말의 표현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자신이 떠나신 후 남겨질 사랑하는 사람들을 염려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 26-27)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순간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를 새로운 모자 관계로 연결시켜 주셨습니다.
어쩌면 성모님은 십자가 아래서 제자들과 오늘 우리들을 당신 자녀로 입양하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성모님께서는 남겨질 신앙 공동체를 위한 어머니요 보호자, 은총의 중개자 역할을 계속해나가실 것입니다.
이제부터 성모님은 예수님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넘어서서, 사랑하는 제자의 어머니,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 더 나아가서 교회 공동체의 어머니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은혜롭게도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으로 인해 그분의 어머니를 우리의 어머니로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과 성모님의 존재로 인해 모두 한 형제요 한 자매인 것입니다.
우리 모두 신앙 안에서, 예수님과 그분의 어머니 안에서 새로운 영적 가족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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