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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6-10 조회수 : 117

 
복음: 마태 5,13-16 
 
세파에 지친 나그네를 따뜻이 환대하는 우리 교회! 
 
 
각종 진귀한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간직한 고색창연한 유럽의 대성당들을 방문하며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많은 성당들은 그저 수많은 관광객들이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이지, 주님의 은혜로운 복음이 우렁차게 선포되는 장소가 더 이상 아니었습니다.
주일 대미사가 거행되는데, 미사 참례자 수는 손을 꼽을 정도였습니다. 
 
이제 조만간 우리 한국 교회에 닥쳐올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유럽 교회는 성당 여기 저기 설치된 성화며 값진 예술품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우리 성당들은 그럴 상황도 아니니, 참으로 암담할 뿐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오늘 예수님께서 던지시는 말씀 한 마디가 더욱 가슴을 찌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오늘 우리 교회를 바라보면 제맛을 잃어버린 소금 같은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됫박으로 덮어버린 등경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만 그런 건가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의 지나친 폐쇄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속성은 순례성, 개방성, 유연성, 연대성...이런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어떤 성당은 세상과의 경계가 되는 담을 너무 높게 쌓아 올렸습니다.
어떤 성당은 마치 대단한 성채, 단단한 철옹성 같아서 감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어떤 성당은 그 구성원들이 다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찾아온 나그네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교회의 문턱이 너무 높습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묵상해봅니다. 지상의 나그네를 환대하는 집이 교회가 아닐까요?
목말라하는 나그네에게 시원한 물 한잔과 쉼터를 제공하는 곳이 교회가 아닐까요?
세상과의 전투에서 상처 입은 부상병들을 기꺼이 맞아들이는 야전병원이나 응급실이 교회가 아닐까요?
사회적 약자들과 날개가 부러진 사람들과 기가 꺾인 사람들이 원 없이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기쁨과 희망의 에너지 충전소가 교회가 아닐까요? 
 
우리 모두 고립되고 폐쇄된 교회에서 빨리 걸어 나와야겠습니다.
더 이상 우리만의 교회, 끼리끼리 교회를 고집해서도 안 되겠습니다.
세상의 현실에 무관심했던 지난날을 가슴 쳐야겠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 그 누구든 스스럼없이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교회, 산 위의 등불 같은 우리 교회가 되어야겠습니다. 
 
우리 교회가 좀 더 매력적인 교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겠는지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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