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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7-01 조회수 : 116

공동체의 바람과 희생

 

 

오늘 복음 속의 기적 이야기는 다소 익살이 섞여 있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마귀 들린 두 사람, 아무도 가까이 다가설 수 없을 만큼 마을 공동체의 일상적 삶을 뒤흔들어 놓고 있던 두 사람을 치유해 주십니다. 그런데 치유 과정에서 이 두 사람을 지배하고 있던 마귀들을 돼지 떼 속으로 들여보내” “물속에 빠져 죽게 한다라는 장면이 묘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이 사람들을 구하실 수 없으셨을까요? 복잡한 과정을 밟을 필요 없이, 그저 단순하게 이 악령들이 물러나도록 명령만 내리셔도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유다인들이 부정한 짐승으로 여기는 돼지를 제거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가다라인들의 땅 곧 이교도 지역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악령들을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게 함으로써 마을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남의 소유물을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돼지 떼를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돼지 떼가 물속에 빠져 죽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분명 격노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저희 고장에서 떠나가 주십시오하는 요청은 분노를 삭이며 건넨 언사임이 틀림없습니다.

 

기이하게 보이는 기적 이야기, 그러나 이 이야기는 분명 하나의 가르침,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 좀 더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웃을 악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서, 예수님은 자주 우리가 그에 필요한 대가를 치르도록 요구하신다는 메시지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 두 마귀 들린 사람이 마귀로부터 자유로운 몸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었을 뿐, 그에 필요한 희생, 그것이 무엇이든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르는 데는 인색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주님이 우리 안에 있는 악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시기를 늘 기도하며 소망하고 있지만, 그에 필요한 노력을 몸소 내보이는 데는 머뭇거리기 일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정의와 진실과 평화 넘치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를 위해 싸우고 고통을 감수하는 데는 주저하기 일쑤입니다. 싸우기는커녕, 불의와 거짓과 다툼을 즐기는 모습을 보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님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배고픔과 목마름과 헐벗음이 없는 사회를 기대하지만, 가진 것을 나누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는 데는 많은 숙고의 시간,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는 시간을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은, 그런 사회를 만들도록 우리를 보내신 주님의 뜻을 애써 외면하거나 마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고 걸치겠다는 다짐 없이, 그것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 없이, 정의와 진실과 평화 넘치는 나라에 대한 기대는 망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원하는 사회 구현을 기대하고 기도하면서도, 아무리 작은 부분에서라도 나 자신을 희생하며 뛰어들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새기며, 조금씩 실천에 옮겨나가는, 의미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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