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마태오 13,1-9
사랑을 증가시키는 유일한 법
세종대왕은 신하들에게 “백성을 위해 우리의 소리를 담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라.”라고 명했습니다.
당시 사대부와 학자들에게 중화(中華)의 한자를 버리고 ‘언문(諺文)’을 만드는 것은 문명에 역행하는 어리석고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최만리 등 수많은 학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성삼문, 신숙주 등 스승인 세종의 뜻을 믿고 따른 젊은 학자들의 순종과 헌신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순종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는 위업으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모든 백성에게 지식과 문화의 혜택을 누리게 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백성의 이익을 위한 수많은 발명품이 그랬습니다.
세종대왕의 말씀을 자신들 안에서 열매 맺게 하는 이들에 의해 생겨난 것입니다.
그들은 세종대왕을 사랑하여 그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 것뿐인데 이웃 사랑의 열매까지 맺게 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하면 그 사람의 말을 존중하고, 그 말이 결국 옳았음을 내 삶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그리고 사람이 되신 말씀이신 예수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오늘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 비유에서 ‘좋은 땅’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상태가 좋은 땅이 아닙니다.
씨앗을 심어준 주인을 사랑하기에, 어떻게든 열매를 맺어 그분을 기쁘게 해 드리려는 ‘의지’를 가진 땅입니다.
아브라함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너의 후손이 저 하늘의 별처럼 많아질 것이다.”(창세 15,5) 하신 하느님의 말씀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말씀하신 분을 믿고 사랑했기에,
그 말씀을 붙들고 고향을 떠났고, 그의 사랑 가득한 순명이 결국 하느님의 말씀을 위대한 진리로 열매 맺게 했습니다.
저 역시 한 말씀을 붙들고 거의 30년 가까이 씨름하며 열매 맺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학교 시절, 주님과 거래하려 했던 저에게 주님께서는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씨앗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분을 향한 사랑이 제 안에서 싹트자, ‘이 말씀이 내 삶에서 얼마나 위대한 진리인지를 증명하여 주님을 영광스럽게 해 드리리라’는 거룩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는 제 삶에서 구체적인 깨달음의 열매들을 맺게 했습니다.
첫째, 내 불행의 근원이 뱀과 같은 ‘자아’와 거기서 비롯된 삼구(교만, 육욕, 소유욕)임을 깨달았습니다.
둘째, 그런 자아 때문에 내가 하느님을 내 목적을 위한 ‘소’처럼 부리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셋째,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어야 하듯, 내가 할 유일한 일은 예수님께 붙어 성령의 열매를 맺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넷째, 주님이 모든 것을 주셨기에 나에게는 불가능이 없으며, 원수까지 사랑하고 위대한 신학자가 되겠다는 거룩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성체의 ‘은총’과 말씀의 ‘진리’가 함께 가야 함을 깨달았습니다.
여섯째, 은총으로 얻는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과 진리로 얻는 ‘이웃에게 꽃을 심는 마음’으로 살아야 다른 이에게 열매를 맺어줄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열매는 그저 열린 것이 아니라, 주님을 사랑하기에 그분의 말씀을 헛되이 만들고 싶지 않다는 저의 작은 의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네가 가진 것의 십분의 일을 봉헌하여라.”(신명 14,22 참조)
혹은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태 5,44) 하신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대하고 있습니까?
‘이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하며 길바닥에 버려두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니, 내 삶으로 기어코 이 말씀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이리라’는 의지로 그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말씀을 살아내려는 의지적인 노력으로 표현됩니다.
오늘, 우리 마음 밭에 뿌려진 말씀을 사랑으로 받아, 반드시 열매 맺어 보이겠다는 결심으로
하느님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해 드리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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