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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7-24 조회수 : 142

[연중 제16주간 목요일] 
 
마태오 13,10-17 
 
사랑 해야 소유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태 13,12)라는, 언뜻 듣기에 불공평하게 들리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가진 자’가 되어 더 풍요로워질 수 있을까?  
 
세상에는 이 질문에 답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쌓는 사람’과 ‘심는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는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누가 진정한 소유주가 되는지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쌓는 사람의 비극, ‘콜리어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20세기 초 뉴욕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호머와 랭글리 콜리어 형제는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 호머가 시력을 잃자, 그들은 세상의 문을 닫았습니다.
동생 랭글리는 형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밤마다 온갖 잡동사니를 집 안에 쌓기 시작했습니다. 140톤이 넘는 쓰레기가 집을 가득 메웠고, 그들의 집은 재산을 지키는 요새가 아닌, 스스로를 가두는 무덤이 되었습니다. 비극적이게도, 동생은 자신이 만든 쓰레기더미 함정에 깔려 죽었고, 형은 동생이 가져다줄 음식을 기다리다 굶어 죽었습니다.
그들은 평생 소유하기 위해 쌓았지만, 결국 그 쌓아 둔 것 때문에 생명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소유주가 아니라, 소유물의 노예이자 희생양이었습니다. 
 
반면 여기, 심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 예로니모’의 이야기입니다.
4세기, 하느님의 말씀을 불같이 사랑했던 예로니모 성인은 당시 부정확하게 난립하던 라틴어 성경들을 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뛰어난 지식을 서재에 쌓아두지 않았습니다.
대신 베들레헴의 작은 동굴에 자리를 잡고, 20년이 넘는 세월을 바쳐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원문에서 직접 라틴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위대한 작업에 착수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그가 사랑한 하느님의 말씀을 당시 사람들의 마음 밭에 ‘심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불가타’라는 이름의 대중 라틴어 성경이 탄생했고, 수많은 사람이 비로소 정확한 하느님의 말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위대한 ‘심기’의 과정 속에서 그는 어떻게 되었을습니까? 그는 인류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성경을 깊고 완전하게 ‘소유’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는 성경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방 교회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콜리어 형제와 예로니모 성인. 이 두 이야기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바로 ‘사랑의 방식’입니다.
콜리어 형제의 사랑은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집착’이었고, 예로니모 성인의 사랑은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는 ‘헌신’이었습니다. 
 
진정한 소유의 원리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것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여기게 됩니다.
씨앗을 사랑하면 그 안에 담긴 생명의 뜻을 존중하고, 여인을 사랑하면 그녀의 인격을 존중하며, 돈을 사랑하면 돈이 가진 가치와 흐름을 존중하게 됩니다.
인격적으로 존중하면 그 뜻을 따라주게 됩니다. 어떤 인격체든 한 사람의 소유가 되기보다, 세상에 유익이 되기 위해 어디론가 가고 싶어 합니다.
사랑하는 씨앗은 땅으로 가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여인은 자녀에게로 가고 싶어 하며, 사랑하는 돈과 지식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가고 싶어 하는 그곳에 기꺼이 심어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더 많은 열매와 함께 소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면 쌓지 않고 심습니다.
그리고 심는 사람만이 사랑하는 것을 온전히 소유하게 됩니다.
그러니 돈을 소유하고 싶으십니까? 돈을 진심으로 사랑하십시오.
그러면 돈이 가고 싶어 하는 가치 있는 곳에 기쁘게 심게 될 것입니다.
지식을 소유하고 싶으십니까? 지식을 사랑하여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심으십시오. 그러면 그 지식은 더 깊어져 온전히 나의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매일 모시는 성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내 안에 가두려 하지 마십시오.
먼저 성체조배와 기도를 통해 그분과 깊은 사랑의 친교를 이루십시오.
그러면 그분께서 나의 삶을 통해 어디에 심겨지고 싶어 하시는지, 어느 영혼에게 가고 싶어 하시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곳에 나의 시간과 노력, 나의 삶을 기꺼이 심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수많은 열매를 영원히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 12,24) 
 
쌓는 사람이 아니라 심는 사람이 됩시다. 두려움으로 붙잡지 말고, 사랑으로 내어놓읍시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것을 가진 자, 하느님 나라의 참된 소유주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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