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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운영자 작성일 : 2025-08-23 조회수 : 40

[연중 제20주간 토요일] 
 
복음: 마태 23,1-12 
 
룻의 넘치는 인간미와 덕스러움, 따뜻한 배려와 예의바름! 
 
 
신구약 성경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아름다운 장면이 어제 오늘 룻기를 통해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가련한 시어머니 나오미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방인 며느리
룻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니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룻 1,16) 
 
또한 시어머니를 따라 물설고 낯선 땅으로 따라온 룻을 어여쁘고 연민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흔쾌히 아내로 맞이한 보아르의 관대하고 자상한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네 남편이 죽은 다음 네가 시어머니에게 한 일과 또 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네 고향을 떠나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겨레에게 온 것을 내가 다 잘 들었다.”(룻 2,11) 
 
룻기를 통해 우리는 유다 공동체가 그리도 중요시 여겼던 순혈주의, 선민의식, 율법지상주의가 사실은 부차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기근을 피해 타국살이를 떠났다가 남편은 물론 생떼 같은 두 아들을 잃고 혈혈단신이 된 나오미와 역시 남편 잃고 과부가 된 이방인 며느리 룻 사이의 눈물겨운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명 깊습니다. 
 
룻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시어머니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절절이 베어 나옵니다.
참으로 기특한 룻의 말을 묵상하면서 한 인간이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룻은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며느리감이었습니다. 
 
룻의 넘치는 인간미와 덕스러움, 따뜻한 배려와 예의바름은 오늘 우리 시대, 우리 양심에 큰 경종을 울리며 심각한 성찰을 하게 만드는군요.
혈혈단신으로 홀로 남겨진 나이든 시어머니 나오미, 자기마저 떠나면 시어머니의 목숨을
그걸로 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룻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시어머니와
생사고락을 같이 하기로 결심합니다. 
 
아직 앞길이 구만리 같던 룻이었습니다.
얼마든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던 룻이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할 경우 평생토록 다가올 고초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룻은 불을 보듯이 빤히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룻은 머뭇거리지 않고 인간의 길이자 하느님의 길, 사랑의 길을 용감하게 선택합니다. 
 
“나는 괜찮으니 아무 걱정 말고 네 갈 길을 가거라.
아직 젊으니 충분히 재혼할 수 있을 것이다.
주님께서 축복해주실 것이다.”라며 등을 떠미는 시어머니였지만 그럴수록 시어머니에게 바싹 달라붙어 절대로 떠나지 않던 룻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머님께서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어 거기에 묻히렵니다.
주님께 맹세하건대 오직 주님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룻 1,17) 
 
이런 룻의 갸륵한 행실을 하느님께서는 크게 어여삐 보십니다.
더불어 큰 축복을 내리십니다.
시어머니를 향한 룻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는 세세대대로 칭송받게 됩니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은 관대한 하느님의 사람 보아즈와 혼인하게 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오벳이 바로 다윗왕의 조부였습니다.
이렇게 이방인 여인 룻의 극진한 효심은 백배 천배의 보상을 받아 그 이름이 하느님 백성 이스라엘의 역사 안에 길이 기려지게 되었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끝까지 하느님의 선물인 혈육을 포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중병에 걸렸다고, 치매에 걸렸다고 사람 무시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무리 위중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한 인간 존재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있으면 하느님께서 그 안에 현존하고 계신다는 표시입니다.
아직도 그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가 있다는 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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