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2주일]
루카 14,1.7-14
오타니가 경기 도중 쓰레기를 줍는 이유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아주 이상하고도 강력한 법칙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낮아지려는 사람은 반드시 높아지고, 높아지려는 사람은 반드시 낮아진다’는 법칙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의 비유를 통해 바로 이 법칙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십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라. 그러면 주인이 와서 ‘여보게, 더 높은 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모든 손님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말씀을 들으면 그저 ‘겸손은 좋은 것이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갈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도덕적인 권고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하느님께서 설계하신
이 세상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왜 세상은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을 높여주고 싶어 하고,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은 끌어내리고 싶어 할까요? 오늘 우리는 이 거룩한 ‘정의 시스템’의 비밀을 좇아가 보려 합니다.
먼저, 이 정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아주 감동적인 실화 하나를 나누고 싶습니다.
콜롬비아 부카라망가의 거리에서 사는 초코(Choko)라는 이름의 한 노숙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부모의 학대로 집을 도망쳐, 자신처럼 오갈 데 없어 걷어 키운 늙은 개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생일도 아닌, 반려견 ‘섀기’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며칠간 구걸하여 모은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작은 케이크와 초 두 개, 그리고 파티용 고깔모자를 샀습니다.
길모퉁이 계단에 앉아, 그는 고깔모자를 쓴 두 마리의 개 앞에서 촛불을 켰습니다.
그리고는 서툰 솜씨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내 사랑… 너를 사랑해.”
노래가 끝나자 그는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잘라 가장 먼저 두 마리의 개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한 조각 먹으며, 마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처럼 개들을 쓰다듬었습니다.
그는 보답할 능력이 전혀 없는,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것입니다.
이 장면을 우연히 한 시민이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렸고, 영상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감동했을까요? 그들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정의 시스템’이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저렇게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 전 세계에서 후원금이 쏟아졌고, 초코는 이제 더 이상 노숙자가 아닌, 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며 더 많은 유기견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스스로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개들과 겸상했던 그를,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로 밀어 올려준 것입니다.
이 법칙은 우리 주변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씨는 1년에 수십억 원을 버는 최고의 스타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행기 1등석을 타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천만 배우 황정민 씨는 그 엄청난 수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에 살며,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합니다.
왜 우리는 이들을 계속해서 사랑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려주고 싶어 할까요?
그들의 겸손이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의 시스템은 반대의 경우에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정글에서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힘센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고, 가장 큰 놈이 모든 것을 독차지합니다.
그러나 인간들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동체 안에서는 다른 법칙, 즉 ‘사랑의 법칙’이 작용합니다.
만약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 혼자만 정글의 법칙처럼 강해지려 하고, 교만하게 군림하려 한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를 끌어내리려 합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독재 체제가 되는 것을 막고, 모두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준 인물이 바로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입니다.
그는 고환암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7번이나 연속 우승한,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전 세계가 그를 영웅으로 칭송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승리’라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금지된 약물을 사용했고, 동료 선수들을 협박했으며, 자신을 의심하는 모든 사람들을 거짓말로 공격했습니다.
그는 철저히 ‘나만 이기면 된다’는 정글의 법칙으로 살았습니다.
결국 그의 교만과 거짓말은 세상에 드러났고, 세상의 반응은 냉혹했습니다.
그가 쌓아 올렸던 모든 우승 기록은 박탈되었고, 그를 후원하던 모든 기업들은 등을 돌렸으며,
그를 영웅으로 여겼던 팬들은 그를 사기꾼이라 비난했습니다.
세상은 스스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정을 저질렀던 그를, 가장 낮은 자리로 끌어내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 내장된 ‘정의 시스템’의 무서운 힘입니다.
왜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사랑’은 반드시 ‘정의’라는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의가 없는 사랑은 맹목적인 집착이거나 위험한 동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인간 안에는 이 정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양심’이라고 부릅니다.
양심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너는 받았다. 그러니 주어야 한다.”
우리가 부모님께 효도해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분들께 생명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받았으니 갚아야 한다’는 정의로운 마음이 바로 관계를 형성하고, 우리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이 정의 시스템 안에서 제대로 성장한 사람들은, 교만한 사람, 즉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려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참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잔치에 가서 상석에 앉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잔치를 베풀 때는 갚을 능력이 없는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단순히 착한 일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이것은 세상의 창조 원리를 가르쳐주시는 것입니다.
네가 먼저 갚을 수 없는 이들에게 내어주어라.
그러면 세상의 정의 시스템, 즉 하느님의 정의가 너를 기억하고, 마지막 날에 너를 가장 높은 자리로 올려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성공 법칙입니다.
미국 미시시피 주에는 오세올라 매카티(Oseola McCarty)라는 흑인 세탁부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그녀는 6학년 때 학교를 그만두고, 7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옷을 빨고 다림질하며
살았습니다.
그녀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평생을 낡은 집에서 검소하게 살았고, 은행에 차곡차곡 돈을 모았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삶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5년, 그녀가 87세의 나이에 평생 모은 1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수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지역 대학교에 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자신처럼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치는
흑인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가장 가난해 보였던 그녀가, 가장 부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그녀에게 대통령 시민 메달을 수여했고, 유엔은 그녀를 시상식에 초대했으며, 하버드 대학교는 그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습니다.
그녀는 평생 스스로 가장 낮은 자리를
선택했지만, 세상의 정의 시스템은 그녀를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로 밀어 올려 주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명확한 길을 제시합니다. 스스로 낮은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럴 때,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어떻게 높여 주는지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유명한 야구 천재 오타니 선수가 아직도 몸을 굽혀 땅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이유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루카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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