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기념품 테스트’가 있습니다. 어느 회사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티셔츠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이 티셔츠를 외출할 때도 자랑스럽게 입을 수 있다면, 이 로고는 이제 자기 정체성과 신념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반면, 이 티셔츠를 잘 때 입거나 작업할 때 입는 옷으로만 쓴다면, 이는 그저 아무 의미 없는 기업 로고라는 것입니다.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생각하게 됩니다.
세례받은 모든 사람은 몸에 인호가 새겨집니다. 지울 수 없는 영적 표지, 즉 영혼에 새겨지는 성령의 도장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우리 몸에 주님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을 자기 정체성과 신념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혹시 남들에게 드러내기 싫어서 숨기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분은 예수님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주님의 자녀임을 사람들이 모르게 산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예수님 말씀은 선행 실천에 관한 것이고, 주님을 자랑스러워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주님을 자랑스러워하고 함께함에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자기 정체성과 신념에 주님이 계신 지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과연 우리는 주님의 뜻에 맞춰서 기쁘게 지금을 살고 있습니까?
시몬(훗날 베드로)의 장모가 열병에 걸려 누워 있습니다. 당시 열병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심각한 병으로 인식했었습니다. 지금이야 항생제나 해열제가 있지만, 당시는 그런 약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열이 며칠 지속되면 죽음에 이를 수가 있었습니다. 시몬의 장모 역시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발열이 아닌, 죽음에 가까운 위중한 상태를 뜻하는 것입니다.
이 병을 예수님께서는 치유해 주십니다. 그런데 그 뒤 장모의 행동이 인상적입니다. 복음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루카 4,39)라고 말합니다. 사경을 헤매던 사람이 깨어났다고 곧바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가 쉽겠습니까? 그만큼 예수님의 치유는 대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치유는 회복과 섬김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치유는 단순한 건강 회복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봉사와 사랑의 삶으로 회복되는 것입니다.
신앙은 내 안에만 머무르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이에게 복음을 전하는 삶으로 확장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주님을 자랑스러워하고 함께함에 기뻐하는 사람은 자기 안에만 머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신앙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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