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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07 조회수 : 39

루카 14,25-33: 그리스도 제자의 자기 포기 

 

1. 참된 지혜: 그리스도 안에서 

 

오늘 전례의 핵심 주제는 지혜입니다. 그러나 이 지혜는 단순히 인간의 지성이나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빛으로 역사 전체를 바라보게 하는 성령의 은사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를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1코린 1,24)라고 선포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만물이 그로써 창조된 하느님의 지혜이며, 인간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시다.” (“Christus est sapientia Dei, per quam facta sunt omnia, et ipsa est homini via ad Deum.”, De Trinitate VII,3,9) 즉, 지혜는 단순한 판단력이 아니라, 하느님께 이끌림을 통해 모든 사물을 올바로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2. 제자의 길: 모든 것 위에 그리스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을 엄격하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이는 부모와 가족을 버리라는 명령이 아니라, 모든 관계와 소유보다 주님을 우선하는 가치의 서열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은 가족애 자체를 금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높은 사랑을 요구하신다.” (“Οὐκ ἀπαγορεύει τὴν φιλοστοργίαν, ἀλλὰ τὴν ἀνωτέραν προτίμησιν ἀξιοῖ.”, In Matthaeum homiliae LV,3) 곧, 예수님을 첫 자리에 두는 것이 다른 사랑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들을 정화하고 올바른 자리에 두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3. 십자가의 요구와 제자의 계산 

 

예수님께서는 또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으면 제자가 될 수 없다”(14,27)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는 단순한 고난의 상징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존재 방식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제자의 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리스도를 따르고자 하는 이는 세상의 영광이 아니라, 그분의 수모를 따르고, 쾌락이 아니라 십자가를 따라야 한다.” (“Qui vult Christum sequi, non gloriam mundi sequatur, sed contumelias eius; non delicias, sed crucem.”, Sermo 96,2) 예수님께서 탑을 쌓는 이와 전쟁을 준비하는 임금의 비유를 드신 것도, 제자의 길에는 철저한 결단과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4. 재물과 우상으로부터의 해방 

 

루카 복음 전체에서 반복되는 주제는 재물에 대한 집착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가장 큰 장애라는 것입니다(루카 12장, 16장 참조).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14,33)는 조건은, 모든 피조물 위에 그리스도를 첫 자리에 두기 위한 해방의 요청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재물의 유혹을 이렇게 경고합니다: “금 그 자체를 가지는 것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 마음을 그것에 묶어 두는 것이 문제다.” (“Non aurum prohibetur habere, sed cor illi alligare.”, Homilia in 1 Tim. VI,7) 따라서 문제는 재물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하느님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우상화입니다. 

 

5. 교회의 가르침: 자유와 제자의 길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주제를 명확히 이어받습니다. 사목헌장 37항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피조물은 자율성을 지니지만, 그 자체가 궁극적 목적은 아니다.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와 맺어진 관계 안에서 참된 의미가 있다.” 또한 교회 헌장 42항은, 제자의 길을 “자기 부정과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완전한 사랑”으로 설명하며, 이는 성덕의 중심이라고 말합니다. 곧, 제자의 삶은 단순히 포기의 삶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고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는 삶이며, 그 안에서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6. 결론: 오늘 우리에게 주는 요청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나는 정말 주님을 내 삶의 첫 자리에 두고 있는가? 나는 그분보다 더 의지하고 집착하는 우상은 없는가? 그리스도를 첫 자리에 모시는 순간,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참된 지혜 안에서 모든 것을 올바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미사 안에서 주님께 청합시다. 

 

“주님, 저희가 모든 것 위에 당신을 사랑하며, 자유로이 당신을 따르는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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