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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08 조회수 : 84

복음: 마태 1,1-16,18-23 

 

우리 신앙 여정의 이정표요 모델이신 성모님! 

 

 

오늘 성모님의 탄생 축일입니다.

통상 성인들의 축일은 돌아가신 날에 경축하는데, 몇 분 예외가 있습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시고, 세례자 요한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한 분 성모님이십니다. 

 

성모님의 탄생에 대해서는 교회 전승을 통해서 살짝 유추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의 아버지 요아킴은 나자렛 출신으로 존경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 안나는 베들레헴 출신의 신심 깊은 여인이었습니다.

두 분은 열심한 신앙인이었지만 연세가 들도록 자녀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요아킴은 자녀를 청하기 위해 광야로 들어갔고, 40일간 단식하며 기도를 했습니다.

안나 역시 집에 남아서 탄식하며 기도를 바쳤습니다.

두 분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마침내 주님께서 응답을 들어주셨습니다. 

 

천사가 안나에게 나타나 온 세상에 이름을 떨칠 아기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안나는 아기가 태어나면 하느님께 봉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광야에서 기도하던 요아킴 역시 안나와 비슷한 환시를 받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요아킴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나는 성문앞까지 마중을 나갔습니다.

두분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드디어 출산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출산하고 보니, 결과는? 기대했던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실망했지만,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리면서, 아기에게 마리아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또 하느님께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마리아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예루살렘 성전에 데려가서 그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맡겼습니다. 

 

여기까지가 전승에 따른 성모님의 탄생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행적입니다.

신심 깊은 요아킴과 안나는 지극정성으로 마리아를 양육했고 교육시켰을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으로 묘하십니다.

기를 쓰고 위를 향해 올라가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은 한없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리십니다.

한사코 아래로 내려가려는 겸손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선택하시고 총애하시며 위로 위로 높이 끌어올리십니다.

나자렛의 마리아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성모님은 신화적인 인물이 아니라, 개인적인 역사를 지닌 참 여인이셨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전해진 ‘수태고지’란 엄청난 초대 앞에, 마리아는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온 몸으로 떨었을 것입니다.

요셉과 꿈꾸던 단란한 신혼생활을 접어야 하는 데서 오는 서운함에, 눈물도 흘렸을 것입니다. 

 

나자렛의 한 처녀가 나름 계획하고 있었던 인생에 대한 소박한 기대와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컸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마리아의 ‘Fiat’에서부터 시작해, 영광스런 승천을 통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고달프고도 험난했을 것입니다. 

 

소년 예수님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목격하게 된 정말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수 없는 사건들 앞에서, 성모님께서 느꼈던 난감함과 당혹스러움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때로 비수처럼 느껴지던 아들 예수님의 말씀 앞에 인간적인 상처도 많이 받으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시작된 성모님의 신앙 여정은 약간의 힌트라든지, 사업계획서라든지, 로드맵 같은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언제, 무엇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 것도 명백하지 않았습니다.

단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불확실한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엄청난 도전 앞에 뒷걸음질치지 않았습니다.

불확실한 초대였지만 물러서지도 않았습니다. 회피하고 외면하지도 않았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기도하면서, 희망하면서 당당히 직면했습니다. 

 

“그래 지금은 내가 부족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희미하지만, 주님께서 언젠가 내 눈을 밝혀주실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모든 것을 알게 되겠지.” 

 

그렇게 성모님은 오로지 주님께 의지하고 신뢰하면서, 하루하루 살얼음판 같은 여행길을 걸어가셨던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평생에 걸친 철저한 순명으로 당신의 뜻을 너그럽게 수용하시며,

당신의 인류 구원 계획에 충실하게 협조한 마리아를 ‘천주의 어머니’요 ‘교회의 어머니’ ‘인류의 어머니’로 높이 들어올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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