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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09 조회수 : 114

2025년 9월 9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폴레옹 황제, 중앙아시아 티무르 제국의 티무르 왕, 아니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뽑으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1위는 13세기 몽골의 칭기즈 칸입니다. 그의 영토는 중국 북부,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러시아 남부, 동유럽 일부까지 약 2,400㎢였다고 합니다.


이 칭기즈 칸은 자기의 가장 큰 무기를 ‘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귀가 나를 가르쳤다.”라는 명언을 남길 정도로,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지요. 그는 다른 이의 말뿐 아니라, 자기 내면의 말까지도 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잘 들었기에 단일 군주로 최대 규모의 영토를 정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어리석음을 뜻하는 영어의 ‘stupid’의 여러 뜻 중 하나는 ‘듣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듣지 않기에 어리석은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들어야 할 소리가 참 많습니다. 세상의 소리, 진리의 소리, 자기 양심의 소리…. 그런데 엉뚱한 것만을 들으려고 합니다. 자기 마음에 드는 말만 들으려고 하고, 자기를 반대되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주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모든 계명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을 나만 사랑하라는 것으로 왜곡해서 듣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을 향해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주님께서도 들으셨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들으셨고,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자주 따로 외딴곳에 가셔서 기도하셨고, 병으로 힘들어하고 더러운 영들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낫게 하셨던 것입니다. 이 점이 오늘 복음에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열두 사도를 뽑기 전에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십니다. 잠깐 하느님께 안부 인사드렸던 것이 아닙니다.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십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오랫동안 기도하시며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셨던 것입니다. 또한 많은 군중이 몰려왔습니다. 복음은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질병도 고치려고 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도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만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까요? 주님께서도 그렇게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기도하시는데, 우리는 들으려고 하지 않고 나만의 바람만을 이야기합니다. 주님께서 워낙 바쁘신 분이라 용건만 간단히 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람만이 주님의 뜻을 따라 살 수 있으며, 주님 안에서 기쁨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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