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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9-19 조회수 : 18

복음: 루카 8,1-3: 예수님을 도와드린 여인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잘 알듯이, 마리아 막달레나, 요안나, 수산나와 같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예수님의 제자들과 더불어 자기들의 가진 것으로 주님을 섬기며 봉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이름이 복음서에 기록되었다는 사실이다. 복음은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드러내는 책이지만, 이 평범한 여인들의 헌신은 하느님 나라 역사 속에 길이 남을 만큼 소중히 여겨졌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말한다. “사도들이 말씀을 전파하였다면, 여인들은 사랑으로 교회를 지탱하였다.”(Expositio Evangelii secundum Lucam 8,1 주석) 이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교회 사명 안에서 뚜렷한 자리를 차지한 여성들의 역할을 말한다. 사실 교회의 역사는 이 ‘숨은 봉사자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바오로 사도도 로마 신자들에게 편지를 쓰며 수많은 여성 봉사자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다(로마 16장). 이처럼 복음은 단지 ‘설교자’만이 아니라, 묵묵히 물질과 노동과 기도로 뒷받침하는 이들의 삶을 통해 확장되었다. 

 

오늘 복음의 여인들 봉사는 사심 없는 사랑이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신앙으로 고백하며, 자신이 가진 것으로 기꺼이 내어놓았다. 이 모습은 오늘 교회의 현실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교회 공동체를 지탱하고, 전례와 선교와 사랑의 봉사 안에서 끊임없이 땀 흘리는 분 중 상당수는 여성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도 회칙 “Mulieris Dignitatem”에서 “여성의 독특한 은총은 교회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선물”임을 강조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묻고 있다. 첫째, 나는 교회를 위해, 복음을 위해 내 삶의 무엇을 기꺼이 내어놓고 있는가? 봉사란 단순히 눈에 띄는 업적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주님께 드리는 전적 신뢰와 사랑의 표현이다. 둘째, 내 봉사 안에 시기와 질투, 계산된 마음이 스며 있지는 않은가? 예수님을 따르던 여인들의 봉사에는 비교나 경쟁이 없었다. 오직 주님을 향한 사랑과 일치만이 있었다. 말씀을 선포하는 사도의 사명과 사랑으로 지탱하는 봉사자의 사명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몸 안에서 드러나는 은총이다. 

 

오늘 우리는 이 여인들의 이름이 2천 년이 지난 오늘까지 교회 안에서 선포된다는 사실이다. 이는 주님의 사랑으로 봉사하는 삶이 절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하느님 앞에 기억된다는 약속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눈에 띄든 그렇지 않든, 봉사를 통해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교회를 살아있게 하는 “지혜로운 자녀”(루카 7,35)가 되어야 하겠다. “우리가 가진 것으로 주님을 섬길 때, 주님은 우리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신다.” 오늘 이 은총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도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안나, 수산나처럼 사랑으로 교회를 세우는 봉사자가 되자.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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