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리에 자리한 등불
맞습니다.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거나 침상 밑에 놓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이치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되풀이할 필요가 없는 이 사실을 되풀이하시는 데에는 무언가 말씀하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보시기에 그렇게 행동하는 어리석은 현인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리석은 현인의 삶을 모면하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우리의 등불이 진정 빛을 발하고 있으며, 어디에 그리고 어떻게 등불을 자리하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루카 복음 저자에 따르면, 이 등불은 바로 하느님의 말씀임이 분명합니다. 오늘 말씀의 앞부분은, 우리가 잘 알고 있고 공관 복음 저자들이 동일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이 비유에 대한 설명 이야기입니다(8,4-15). 복음 저자 루카는 하느님의 말씀인 씨를 받아들인 제자들과 신앙인들이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8,15) 독려하기 위해 이 등불의 비유 말씀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웃에게 말씀을 전하기에 앞서 그 말씀 속에 흠뻑 젖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먼저 그 말씀 자체를 꾸준히 찾고 탐구하는 자세를 앞세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이라는 빛으로 둘러싸여 있을 때, 그 빛은 우리의 마음에 더욱 스며들고 마음을 뜨겁게 하고 열매 맺게 할 것입니다.
우리의 말씀-빛은 그것이 진정 하느님의 말씀을 반향할 때 빛을 발산하는 효력을 지닙니다. 다시 말해서, 듣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못 울릴 수 있으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배터리가 방전됨에 따라 힘을 잃어가는 기기처럼, 이 빛도 그대로 두기만 하면 그 밝기가 엷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속적인 관리와 충전이 필요합니다.
또한, 잘 비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디서 그리고 어떻게 비추어야 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말씀과 행동에서 대담하시면서도, 개개인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심을 잊지 않으시는 모습으로 이를 완벽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사람의 지성과 마음 속에 하느님의 말씀을 억지로 주입하지 않으셨으며, 결단력이 부족하여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눈을 멀게 하는 강력한 헤드라이트를 들이대지도 않으셨습니다. 충격 없이 당신의 말씀과 행동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내와 사랑으로 보듬으셨습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시고, 당신의 말씀이라는 빛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오늘 하루,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말씀이신 빛을 추구하는 가운데,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기는 삶이 아니라, 더 받는 삶을 누리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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