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9,7-9
혼자서는 깨끗해질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 영주는 큰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을 전해 듣고, 그는 “요한은 내가 목을 베었는데, 소문에 들리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당황합니다.
그의 마음 한편에서는 예수님을 ‘만나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죄, 즉 의로운 예언자 요한의 목을 벤 기억이 그의 눈을 가립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만약 예수님께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면, 자신의 끔찍한 죄가 그 거룩한 빛 앞에서 낱낱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그저 ‘다시 살아난 요한’이나 ‘엘리야’, 혹은 ‘옛 예언자’ 정도로만 생각하려 합니다.
그의 죄가 그의 영적인 눈을 멀게 하여, 진리를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는 우리의 눈을 가립니다.
교만이라는 죄는 우리가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보지 못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죄는 어떻게 정화될 수 있을까요?
아이의 죄는 어떻게 사라집니까? 바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더 깊이 알아갈 때입니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희생을 알아갈수록 겸손해집니다.
‘내가 무엇이길래,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이런 고생을 하실까?’ 하는 깨달음이 아이의 교만한 자아를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 감사와 사랑이
싹트게 합니다.
교만이 죄라면, 겸손은 깨끗함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부모를 더 알고 사랑하는 만큼 더 깨끗해집니다.
그러나 만약 부모를 알아갈 방법이 없다면, 혹은 부모의 사랑을 오해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영혼은 정화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나쁜 길로 빠져들고 맙니다.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을 보십시오.
그는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정신 질환과 가난, 그리고 사람들의 냉대 속에서 고통받습니다.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희망은, 자신이 어린 시절 입양되었던 고담시의 가장 유력한 인물, 토머스 웨인이 자신의 친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환상입니다.
그는 자신의 뿌리, 자신의 아버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진실은 잔혹했습니다.
그는 토머스 웨인의 아들이 아니었고, 심지어 자신을 입양한 어머니로부터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어야 할 부모가, 오히려 그를 파괴했던 것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확인할 길이 막혀버린 그는, 세상을 향한 마지막 신뢰의 끈을 놓아버립니다. 그는 더 이상 사랑받는 아들이 아니라, 세상에 버려진 고아였습니다.
그 순간, 그의 내면에 있던 모든 분노와 증오가 폭발하고, 그는 희대의 악당 ‘조커’로 변해갑니다.
그는 부모를 알아갈 기회를 박탈당했기에, 정화되지 못하고 파멸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반면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의 삶을 보십시오.
그는 6.25 전쟁 때 흥남부두에서 아버지와 헤어지며, “이제부터 네가 가장이다.
가족들을 잘 지켜라”는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평생의 짐이자 사명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독일의 광부가 되고, 베트남 전쟁의 기술자가 되어 목숨을 걸고 돈을 법니다.
그의 평생은 가족을 위한 희생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산가족찾기 방송을 통해 평생을 찾아 헤맸던 막냇동생을 기적적으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동생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과 막냇동생을 구하기 위해 배에서 내렸다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신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치셨다는 것을 깨닫고는 통곡합니다.
아버지의 희생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비로소 아버지의 아들이 되었고, 평생 자신을 짓눌렀던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얻게 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영적인 삶도 이와 똑같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더 알아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죄에서 용서받고 정화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결코 깨끗해질 수 없습니다.
우리를 만드신 창조주, 우리를 위해 피 흘리신 그분의 사랑을 알아가려는 노력 없이는, 우리는 결코 죄에서 해방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부모와 함께 살며 부모를 알아가듯이, 우리도 매일 미사와 기도를 통해 주님을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깨끗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아이가 부모를 알아가지 않으면 깨끗해질 방법이 없듯이, 우리도 창조자를 알아가는 것 외에는 죄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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