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사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오늘 우리는 교회가 제4차 라떼라노 공의회(1215년)와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9-1870년)를 통하여 그 존재를 신앙교의, 곧 믿을 교리로 선포한 천사들 가운데 미카엘과 가브리엘과 라파엘 대천사를 기념합니다. 한편, 교회는 이 세 천사 이외에 다른 천사의 이름 언급은 금하고 있습니다. 모두 하느님의 피조물이라 하더라도, 천사가 인간과는 달리 영적 존재라는 측면에서 다신론적 위험을 다분히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통상 천사로 번역하고 있는 용어는 히브리어(mal’ak) 또는 그리스어(angelos)로 심부름꾼을 의미합니다. 히브리서가 그 역할을 잘 설명하고 있듯이, “천사들은 모두 하느님을 시중드는 영으로서, 구원을 상속받게 될 이들에게 봉사하도록 파견되는 존재들”(1,14)입니다.
구약성경 후기 작품 또는 유다교는 고대근동, 그 가운데서도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의 영적 세계관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들 세계관의 다신론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천사들에 관한 교의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다시 말해서, 야훼만이 유일한 하느님이심을 고백하는 유일신 사상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이교 세계에서 빌려온 여러 상징을 이용하여 천사의 세계를 체계화시켜 나간 것입니다. 이 천사의 세계에서 대표적인 천사 셋만이 자기들의 기능에 상응하는 고유한 이름을 부여받습니다. 미카엘은 ‘누가 하느님과 같으냐?’(다니 10,13.21; 12,1),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영웅’(다니 8,16; 9,21), 라파엘은 ‘하느님께서 치유하신다.’(토빗 3,17; 12,15) 하는 뜻으로서, 천사들의 고유한 이름이라기보다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 하는 하느님의 속성과, 무슨 일을 하시는가 하는 그분의 행업을 가리키는 이름들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신약성경과 초대 그리스도교는 천사들의 세계에 관한 구약성경과 유다교 전통의 동일한 표현법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 세계는 성부의 뜻에 따라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고, 말씀과 행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셨으며, 끝내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세상과 인류의 구원을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재편됩니다. 곧 그리스도께 종속된 세계로 정리됩니다. 콜로새서가 그 유명한 그리스도 찬가(1,15-20)에서 노래하고 있듯이, 천사들은 그분에 의하여, 그분 안에서, 그분을 위하여 창조된 존재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가브리엘 대천사가 즈카르야와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루카 1,8-20; 1,26-38), 천사들이 목동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며(루카 2,8-14), 여인들에게 부활을 선포하고(마태 28,5-7; 마르 16,5-5; 루카 24,4-7; 요한 20,12-13), 사도들에게 승천의 의미를 깨닫게 하며(사도 1,10-11), 총지휘관인 미카엘 대천사를 중심으로 교회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탄과의 싸움을 지속한다는 가르침은(묵시 12,1-9)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미카엘과 가브리엘과 라파엘 대천사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지상의 세계는 천상의 세계와 긴밀하게 결속되어 있음을 확인합니다. 천상에서는 천사들의 전례가 영원히 지속되고(묵시 4,8-11), 지상에서는 교회의 전례가 거기에 화답합니다(대영광송, 감사송, 거룩하시다 참조).
천사들의 중개와 지상 교회의 협조를 통하여 당신의 구원 사업을 지속하시는 주님의 뜻을 받들어, 오늘 하루 천사들을 지상 교회의 보호자로 파견해주심에 감사드리며, 주님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다녀지도록 더욱 기도하며 힘쓰는 하루,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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