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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30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9-29 조회수 : 18

인내의 시기

 


루카 복음 저자는 오늘 복음 말씀부터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 여정 이야기를 기술합니다(루카 9,51-19,28). 이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파스카 사건을 예고하시며, 당신이 떠난 다음에 제자들이 수행해야 할 일들을 준비시켜 나가십니다.

파스카 사건은 수난과 죽음을 전제로 하기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신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시고서 물러서지 않으십니다. 아무도 그분의 생명을 거둘 수 없습니다. 당신이 몸소 당신의 생명을 건네십니다. 기꺼이 건네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심부름꾼들을 사마리아로 앞서 보내 당신의 길을 준비하도록 하십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성도(聖都) 예루살렘의 유다인들에게 적대적이었던 고을 사마리아를 통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을 성도로 여겼던 유다인들에게 사마리아인들은 혼혈 민족이기도 했지만, 가리짐 산 꼭대기에 그들 고유의 신전을 세운 이래, 혼합 종교를 신봉하는 이교도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상호 멸시적 또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으며, 따라서 사마리아 일부 지역을 통과하려는 유다의 순례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걱정과 두려움을 앞세워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예루살렘을 향하는 길에서 사마리아를 통과하려 할 때마다 노골적인 적대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오늘도 사마리아인들은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야고보와 요한이 분노를 머금고 예수님께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 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제자들은 아마도, 예언자 엘리야가 아하즈 임금 시대에 오십인대장과 쉰 명의 부하들은 잇따라 두 번이나 불로 징벌한 사건을 상기하고서, 이와 같은 제안을 했을 것입니다(2열왕 1,10-20).

그러나 아무리 알아듣는 데 더딘 제자들이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터무니 없는 제안은 스승 예수님을 당황스럽게 했을 것입니다. 많은 시간 말씀과 행적으로 애써 가르치시려 했던 바를 아직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제자들, 늘 그분과 함께 머물고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그분의 행적을 보았으면서도, 회개는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시간이 필요하며, 따라서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절대적임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 바로 이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그들을 꾸짖으십니다. 이 꾸짖음 속에서 우리는 이미 교회 구성원 사이의 분열에 대한 주님의 경계심을 내다봅니다. 인내심 부족으로 교회 구성원들이 서로 단죄하고, 더딘 사람들과 우둔한 사람들을 멀리하거나 무시하며, 아니면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인내심을 악용하여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를 내다보며 꾸짖고 계신 것입니다.

 

분노의 노예가 되어 마음에 복수를 품었던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은 다른 마을로 가자하고 제안하십니다. 분노를 삭이고 복수의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다. 구원을 향한 마지막 예루살렘 여정에서도, 더는 기다릴 시간이 없을 것 같은 절박함 속에서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여유를 갖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오늘 하루, 내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던 사람들, 그래서 늘 경계하고 멀리하려 했던 사람들에 대한 못난 시선을 바로잡아, 인내심을 갖고 그들과 함께 주님이 마련하신 구원과 행복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하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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