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9,51-56: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내리게 하여...”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굳게 나아가시는 모습을 본다. 이는 곧 당신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영광을 향한 결연한 걸음이다. 그러나 그 길 위에서 예수님은 사마리아인들의 거절을 만나신다. 이때 제자 야고보와 요한은 분노하며 “주님,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저들을 멸망시키기를 원하십니까?”(54절)라고 묻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꾸짖으시고 다른 마을로 가신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제자의 마음과 주님의 마음 차이이다. 제자들은 복음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응징을 원했지만, 주님은 오히려 인내와 자비로 응답하신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는 복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거절당할지라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다.”(In Matthaeum homiliae 54,5)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여정에서 반드시 마주할 거절과 냉대를 미리 체험하게 하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신다. 복수나 앙갚음이 아니라, 온유와 인내,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바라보는 믿음이다.
사실 우리 삶 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다. 내가 선의로 다가갔을 때, 누군가가 나를 거부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또 때로는 나의 선입견과 편협한 판단으로 인해, 정작 나에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내가 거절할 수도 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경고한다: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인다 말하면서도, 정작 그분의 뜻이 아닌 자기 뜻을 따른다.”(In Ioannis Evangelium Tractatus 2,5) 그러므로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거절과 냉대를 당할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는 주님의 은총을 내 기준에 맞추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는 중요한 교훈이다. 복음을 전하는 교회는 언제나 세상으로부터 환영만 받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비난과 거절, 심지어 박해까지 경험한다. 그러나 교회의 사명은 앙갚음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것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 말한 것처럼, “교회는 전투적인 군대가 아니라, 상처 입은 이들을 싸매는 야전병원”이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 주님은 당신을 거절한 이들을 불로 심판하지 않고, 오히려 다른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신다. 이는 포기의 길이 아니라, 더 많은 이를 구원하기 위한 사랑의 길이다. 우리도 삶 속에서 복음을 거부당하거나 무시를 당할 때, 분노나 실망 대신 주님의 온유와 자비를 배워야 한다. 또한 내 기준에 주님을 가두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주님을 맞아들일 수 있는 겸손을 청해야 한다. 오늘 미사 안에서 우리가 모두 “온유하고 겸손한 마음을 지니신 예수님”(마태 11,29)을 닮을 수 있는 은총을 함께 청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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