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9,57-62
저는 오직 이 순간만을 바라봅니다!
지난번 폭우로 인해 피정 센터 산책로가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여기 저기 굵게 파여 걷는데 지장이 되기도 하고 보기도 흉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강의나 미사 시간 외에 틈틈이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모래와 시멘트가 혼합된 재료를 레미탈이라고 하는데, 한 포대당 무게가 40킬로입니다.
우선 30포대를 사 와서 비벼서 훼손된 곳을 메꾸기 시작했습니다.
레미탈에 물을 부은 다음 잘 섞이게 저어줘야 합니다.
땀이 나면서 산모기들이 달라붙습니다.
레미탈 한 포대 들 때 마다 허리가 휘청거립니다.
몇 시간 일하고 나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그렇지만 조금씩 복구되어가는 산책로를 보니 마음이 기분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고된 육체노동으로 하루를 보낸 저녁 시간, 대체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 하루 일당이 얼마 정도 되나 싶어 알아봤더니, 조금 실망했습니다.
15~20만원입니다.
거기다 소개비라든지 이런 저런 명목으로 3만원 정도 떼고나면 남는 것은 고작 12~17만원입니다.
단순 육체 노동이 힘들지만,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땀을 쫙 흘리고 나면 마음도 맑아지고, 정신도 맑아집니다.
단순하고 작은 일이지만 몰입하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나 상처가 치유됩니다.
오늘 기념일을 맞이하시는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역시 단순하고 작은 일을 기쁘게 했고, 그 일을 기도화함을 통해 성인 반열에 오르신 분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별볼일 없고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일들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 그녀가 선택한 중요한 노선이었습니다.
24년이라는 짧은 생애는 하늘 나라에서는 작은 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일상 안에서 마주치는 아주 작은 사건들, 작은 기쁨들, 작은 성취, 작은 오해, 실망, 고통, 그 모든 것들을 한 송이 어여쁜 꽃으로 생각하며 매일 주님 발치 앞에 갖다 바쳤습니다.
“제가 행하는 모든 일은 오로지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데레사 성녀는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임을 짧은 생애를 통해 증명하셨습니다.
“전능하신 분께서 제게 베푸신 가장 큰 은혜는 제가 작다는 것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임을 깨닫게 해주신 일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나약함과 미소함과 무능함에만 머물러있지 않았습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불완전에서 완전에로, 나약함에서 강건함으로 나아갔습니다.
“저는 제 약함을 보고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매일매일 새로운 불완전을 발견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영성 안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측면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녀의 일생은 아쉽다 못해 서글플 정도로 짧은 생애(24세)였지만, 대신 자신에게 부여된 삶의 질, 사랑의 질을 최대한 높이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노력이 주어진 하루 하루, 매 순간에 전력투구하기였습니다.
“저희 삶은 지나가는 한 순간 날아가 버리는 한 순간입니다.
오, 나의 하느님, 이 지상에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늘 하루뿐입니다.”
생명이 끝나갈 무렵 큰 고통 중에 있던 데레사 성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가 순간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오직 이 순간만을 바라봅니다.
저는 과거는 잊고 앞날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않으려고 조심합니다.
우리가 낙담이나 절망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흔히 과거나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는 탓입니다.”
결핵으로 인한 혹독한 고통 가운데서도 데레사 성녀는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입술에는 기쁨에 찬 찬미가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데레사 성녀는 ‘승리의 작은 길’을 꿋꿋이 걸어갔습니다.
“저는 노래하겠습니다.
가시덤불 속에서 꽃을 따야 하더라도 노래할 것이며, 가시가 길고 따가우면 그만큼 제 노래는 더 아름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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