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0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02 조회수 : 74

신학교 1학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방학이었고, 바로 윗반 선배님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어느 주점에서의 만남이었는데, 학교에서 보는 것과 다른 모습의 선배님들과 더욱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그때 한 선배에게 훗날 글 잘 쓰는 신부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선배님께서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한 달에 책은 몇 권이나 읽어?” “시간이 없어서 거의 읽지 않죠.”


“글은 매일 써?” “뭐 거의 쓰지 못하죠.”


저의 답에 선배는 이렇게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모습으로는 턱도 없다.”


괜히 말했다는 생각과 선배의 말이 사실이기에 말 한마디 못 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화가 좀 났습니다. ‘이 선배가 뭔데 나의 한계를 결정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는 글 쓰는 신부가 되었고, 책도 11권이나 출판했습니다. 만약 당시의 모습대로 책도 전혀 읽지 않고, 글도 전혀 안 썼는데 저절로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선배의 말에 자극을 받았고, 그때부터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써왔기에 가능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상처가 될 수는 있지만, 자기에게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즉,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 중요합니다.


지금 제게 ‘턱도 없다’라고 말해줬던 선배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당시에는 억울했고 못된 선배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배의 말에 제가 원했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선배는 제게 한 명의 수호천사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수호천사는 우리가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도록 마음속으로 권고하며, 우리의 영적인 선택, 즉 주님을 향한 결심을 지키고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하지요. 그런 사람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관점을 따지면서 수호천사의 이끎에 따르려 하지 않습니다. 제 멋대로 편하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의 가치 기준이 세상의 기준과 완전히 다름을 가르치십니다. 그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에 세우시고는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어린이는 순진함이나 천진난만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 전적인 의존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끄심에 굳은 믿음을 갖추고 겸손하게 따르는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를 지켜주는 주변의 많은 수호천사들, 그런데 나 자신도 그런 수호천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의 명언: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확신하는 것이다(빅토르 위고).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