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0,13-16: 띠로와 시돈에게 기적을 보였더라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코라진과 베싸이다, 가파르나움과 같은 마을들을 꾸짖으신다. 그 마을들은 수많은 기적을 목격했지만 회개하지 않았다. 주님께서는 “티로와 시돈에서 같은 기적을 보았다면,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은 단순한 저주가 아니라, 은총에 응답하지 않는 무관심에 대한 탄식이다.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이 드러났는데도 마음을 닫아버린 태도에 대한 슬픔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은총이 주어졌음에도 회개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무지보다 더 큰 죄이다.”(Sermones 98,7)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도 같은 물음을 하신다. 내가 받은 은총은 얼마나 많은가? 그 은총에 나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권위를 주신다. “너희 말을 듣는 이는 내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물리치는 사람이다.”(루카 10,16) 사도들과 그 뒤를 잇는 교회의 가르침은 단순히 인간의 말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성 이레네오도 강조한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떠난 자는 그리스도를 떠난 자이며, 그리스도를 떠난 자는 아버지 하느님을 떠난 자이다.”(Adversus Haereses III,1,1)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은총의 책임을 일깨운다. 받은 은총이 많을수록, 회개의 열매와 복음 실천이 더욱 요구된다. 또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 주는 교회의 가르침을 단순한 ‘사람의 말’로 여기지 않고, 성령께서 우리 안에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당연하게 주어진 것’으로 여기며 무뎌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은총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선물이며, 선물에는 응답이 요구된다. 감사와 회개, 그리고 삶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그 선물을 살아내야 한다.
오늘 우리는 은총에 감사드리며, 그 은총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제자가 되도록 결심하여야 한다. 말씀을 단순히 듣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삶으로 살아내기; 교회의 가르침을 겸손히 받아들이기; 매일 주어진 작은 기적과 은총에 눈을 뜨고, 그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이 주님께서 바라시는 참된 회개의 열매가 되기를 기도하여야 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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