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성모 마리아하면 묵주를 먼저 떠올릴 정도로, 성모님과 묵주의 관계는 거의 불가분의 관계라 말할 수 있으며, 가톨릭 신자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주 올리는 기도가 묵주기도임을 감안한다면, 성모님은 가장 공경받고 가장 친근함을 주시는 분으로 마음에 새겨집니다. 때로는 성모 공경이 지나쳐 타종교로부터 오해와 비난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그러함에도 우리에게 성모 공경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당연한 신앙 행위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묵주기도의 정확한 유래는 밝혀져 있지 않으나, 초세기의 은수자들이 죽은 이들을 위하여 150개의 시를 담고 있는 시편을 기도하면서, 작은 돌멩이나 곡식의 낟알을 굴리면서 시편의 횟수를 헤아린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흔히 묵주기도로 번역하는 라틴어 로사리오(Rosario)는 ‘장미꽃다발’을 의미하기에, 묵주 알 ‘하나하나’는 장미꽃다발 ‘한 송이 한 송이’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묵주기도는 복음서의 요약이자 인류 구원의 신비, 그리스도의 신비, 교회의 신비, 그리고 마리아의 신비를 요약하고 함축합니다. 환희의 신비와 고통의 신비와 영광의 신비로 15단 묵주기도가 자리하게 된 것은 15세기 말경이며, 정확히 오늘날과 같은 묵주기도는 ‘묵주기도의 교황’이라 불리는 비오 5세에 의해 1569년에 확정되었습니다.
오늘 축일은 교황 비오 5세가 묵주기도로 승리를 거둔, 1571년 레판토 해전 승리의 날을 기념하여 축일로 설정한 데서 비롯됩니다. 레판토 해전은 유럽의 가톨릭 국가를 위협하던 (지금의 튀르키예) 오스만 투르크의 이슬람 세력과 벌인 전투로서, 열세에도 불구하고 묵주기도로 이 해전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지중해를 통한 유럽지역으로의 이슬람 세력 진출을 가로막았던 역사적 전쟁이었습니다. 비오 5세 교황은 이 어려운 전투에서 승리는 오로지 묵주기도를 통한 성모님의 도움뿐이라는 확신 아래, 신자들에게 묵주기도를 권장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후 묵주기도는 모든 가톨릭 신자에게 널리 전파되었으며, 1883년에 교황 레오 13세는 회칙을 반포하여 10월 한 달을 묵주기도 성월로 설정하시기에 이릅니다. 한편, 바오로 6세 교황은 1967년 터키를 공식 방문하여, 레판토 해전에서 그리스도인들이 탈취한 회교도의 국기를 되돌려 주며,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기념하는 대상이 더는 ‘전쟁의 무기’가 아니라 ‘평화의 신비를 낳으신 분’, 곧 주님이심을 선언하셨습니다.
또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2년 10월 16일에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에서 묵주기도를 ‘복음의 요약’이라 규정하시면서, 묵주기도가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를 관상할 수 있는 탁월한 수단이며 평화와 가정을 위한 강력한 기도라고 선언하셨습니다. 교황은 특히 환희의 신비와 고통의 신비, 영광의 신비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묵주기도에, 예수 그리스도 공생활의 다섯 가지 신비를 묵상하는 ‘빛의 신비’를 추가하고, 빛의 신비를 환희의 신비와 고통의 신비 사이에 바칠 것을 권고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묵주의 기도를 통해 그리스도의 구원사를 묵상하며, 구원사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우리들의 삶을 묵상하게 됩니다. 교황 비오 10세는 “묵주의 기도만큼 아름답고 은총을 많이 내리게 하는 기도는 없다.” 하시면서 묵주의 기도를 매일 정성스럽게 바치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묵주기도의 성월, 그 가운데서도 오늘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맞이하여, 묵주기도와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 더욱 열정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당신 아드님의 구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던 성모님의 전구로 구원이라는 큰 선물을 받기에 합당한 모습을 갖춰나가는,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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