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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7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07 조회수 : 31

복음: 루카 10,38-42: 마르타와 마리아 

 

오늘 복음은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가 예수님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두 자매는 모두 주님을 사랑했다. 마르타는 봉사와 환대의 모습으로, 마리아는 경청과 관상의 모습으로 주님을 맞고 있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말한다: “마르타는 봉사의 본보기를, 마리아는 관상의 본보기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관상은 봉사의 뿌리이며, 봉사는 관상을 통해 힘을 얻는다.”(De Officiis, II,11,88). 

 

예수님께서 마리아의 태도를 칭찬하시며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42절)라고 하신 것은, 봉사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일이 모든 봉사의 근원임을 일깨워 주시는 것이다. 말씀을 듣지 않고는 참된 봉사도 사랑도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마르타는 성경 곳곳에서 주님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보여준다. 오빠 라자로가 죽었을 때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요한 11,21)하고 고백했던 이는 마르타였다. 그녀의 사랑과 믿음은 진실했지만, 봉사의 분주함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잃고 짜증을 낸 것이다. 주님은 그 순간, 마르타를 책망하신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차원의 사랑으로 초대하신 것이다.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다.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활동하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활동이 말씀의 경청과 기도의 뿌리 위에 놓이지 않으면, 우리는 쉽게 지치고 불평하게 된다.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이며, 신앙생활의 숨결이다.”(2565항). 마리아가 보여준 관상의 태도는 모든 신앙인의 기본자세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나는 말씀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혹시 봉사와 활동에 몰두하느라 말씀과 기도의 자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우리는 마르타처럼 봉사하면서도, 마리아처럼 주님의 발치에서 말씀을 듣는 균형 잡힌 제자가 되어야 한다. 말씀에서 생명과 힘을 얻을 때, 우리의 봉사는 불평이 아니라, 참된 기쁨과 열매로 이어질 것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42절) 이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초대이다. 오늘 하루, 우리도 잠시 분주함을 멈추고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여야 한다. 그때 우리의 봉사도 더욱더 복음적이고 열매 맺는 봉사가 될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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