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7,11-19: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러 온 사마리아인
1. 감사로 드러나는 믿음
오늘 전례 독서의 공통 주제는 하느님의 은혜 앞에서의 감사와 믿음이다. 제1독서에서 시리아 장군 나아만은 엘리사의 말씀에 순종하여 나병에서 치유되고, 그 은혜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고백한다.(2열왕 5,14-17). 복음에서 사마리아인은 치유를 받은 뒤 다시 돌아와 하느님께 찬미를 드림으로써, 단순한 육체적 치유를 넘어 “구원”에 이르는 참된 믿음을 드러내고 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하느님께 무엇인가를 드린다고 할 때, 그것은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에 감사드리는 것이다.”(Sermo 17,2) 따라서 감사는 신앙인의 삶 그 자체이며, 은총에 대한 올바른 응답이다.
2. 믿음과 감사의 내적 연관성
예수님께서는 아홉 명의 유다인 나병환자와 달리, 외국인인 사마리아인의 믿음을 높이 평가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19절) 여기서 믿음은 단순한 치유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감사로 표현되는 신앙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감사하지 않는 영혼은 아무리 많은 은혜를 받아도 결코 충만함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감사하는 영혼은 작은 은혜 속에서도 하늘나라의 기쁨을 미리 맛본다.”(Homilia in Matthaeum 25,4) 즉,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은총을 ‘자기 권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무상적 선물’로 받아들인다.
3. 감사와 성체성사의 신비
교회의 감사 행위는 성체성사에서 절정에 이른다. 실제로 Eucharistia라는 단어 자체가 “감사”를 의미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구세주의 파스카 신비가 성찬례 안에서 끊임없이 현존하도록 제정되었으며, 이로써 교회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은총을 끊임없이 감사드린다.”(전례 47항) 성체성사는 단순히 의무적인 전례가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삶의 정점이며, 사마리아인의 감사 행위가 전례적으로 실현되는 자리이다.
4. 신앙인의 삶: 모든 것을 은총으로
오늘 복음은 또한 우리에게 경고한다. 아홉 명의 나병환자처럼 은총을 당연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은 이를 분명히 한다. “우리는 믿음이 없어도 그분은 한결같으십니다. 당신 자신을 부정하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2티모 2,13)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은 결코 우리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무상적이며 자유로운 사랑의 선물이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말한 대로, “은총은 갚을 수 없는 사랑의 선물이다. 오직 감사만이 은총에 대한 인간의 올바른 응답이다.”(De gratia Christi, 8)
결론
사마리아인의 감사는 단순한 예의범절이 아니라, 믿음의 구체적 표현이자 구원에 이르는 길이다. 우리 역시 하느님 앞에서 모든 것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며, 성체성사의 감사 안에서 삶 전체를 감사드리는 신앙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천 포인트
1. 작은 은혜도 당연시하지 않고 감사로 응답하자. 2. 성체성사 안에서 감사의 삶을 새롭게 하자. 3. 신앙의 본질은 ‘공로’가 아니라 ‘은총과 감사’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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