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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5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0-14 조회수 : 67

불행 선언, !

 


겉과 속이 다른 바리사이들의 신앙 행태를 질타하신 다음, 오늘 예수님은 더 많은 주제를 기초로 불행 선언을 이어가십니다.

첫 번째 불행 선언은 십일조에 관한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십일조를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지키던 사람들로서, 박하와 운향과 채소와 같은 매우 사소한 농작물에까지 적용했습니다. 예수님은 십일조 자체나 십일조 준수에 대한 철저한 정신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으시나, 조건을 두십니다. 어디까지나 그 철저함 또는 세심함이 의로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부족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어 주는 사랑을 경시하거나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회당에서는 윗자리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을 향하여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이들은 사실 회당의 윗자리 곧 모세의 자리에 앉아, 모세의 합법적인 후계자이며 해설자로서 활동하였기에, 예수님도 이들의 존재와 권위만큼은 인정하십니다(마태 23,2-3). 장터에서 인사받는 것도 예외적인 현상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행실에 있었습니다. 인정받고 존경받는 그만큼 언행이 일치하고, 지행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못한 모습이 불행 선언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무덤과 같은 존재입니다.

 

예루살렘의 키드론 골짜기 주변에는 많은 무덤이 자리하고 있으며, 모두 흰색을 띠고 있습니다. 밤에도 무덤을 분별할 수 있도록 횟가루를 뿌려 놓았기 때문입니다. 무덤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부정한 장소이므로 어두움 속에서도 그것을 알아보고 접근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성전을 방문하러 오는 이들이 한밤에 실수로 몸이 닿아 부정하게 됨으로써, 성전 전례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려는 조치입니다. 비유의 의도는 강렬해 보입니다. 예수님은 이 불행 선언을 통해서, 의롭게 보이기 위해 겉모습은 횟가루로 아름답게 꾸며 놓았지만, 속은 주검 곧 위선자의 악취와 율법에 반하는 정신으로 가득 차 있음을 폭로하십니다.

 

끝으로 예수님은 스승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까지 모욕하시는 것입니다.하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스스로 바리사이들과 다를 바가 없음을 고백하는 율법 교사들을 향하여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며, 무거운 짐, 곧 지키기 어려운 법 규정들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 어깨 위에 올려놓고서는 정작 자신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졸렬한 모습이 불행 선언의 결정적 요소로 자리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유다교의 종교적 의무인 십일조가 추구하는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고, 인정과 존경을 받는 만큼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취할 것을, 최소한 무덤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지 말 것을 일깨우십니다.

율법 자체보다는 율법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뜻을 살피는 가운데,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아는 대로 행동하는 자세를 뛰어넘어, 믿는 대로 행동하는 신앙인의 모습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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