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28,16-20: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
1. 선교하는 교회의 본질
오늘 전례는 “교회는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Ad Gentes, 2항)임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순히 자기 보존이 아니라, 세상의 구원과 복음을 위한 파견에 있다.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15항)는 “교회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복음 선교 활동에서 생겨났으며, 그것의 열매이자 결과”라고 분명히 말한다. 따라서 선교는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 자체를 규정하는 핵심이다.
2. 하느님의 자기확산과 선교
교부들은 하느님의 선과 사랑이 본성적으로 ‘확산적’임을 강조한다. 성 디오니시오 아레오파기타는 “선은 자기 자신을 나누어주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다.”라고 하였고(De Divinis Nominibus, IV,1),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사랑은 자신 안에 머물 수 없고 터져나가야 한다.”(De Trinitate, VIII,10)고 말한다.
“Bonum est diffusivum sui: 선은 자기 확산성을 가진다.”라는 전통적인 격언처럼, 하느님은 지극한 선으로서 자신을 인류에게 주시고자 성자와 성령을 파견하셨다. 그러므로 선교는 단순히 인간의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기확산, 곧 사랑의 흐름에 참여하는 사건이다.
3. 부활하신 주님의 명령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라.” 하시며 세례와 가르침의 사명을 맡기신다. 동시에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라는 약속을 주신다(20절). 이 말씀은 구약에서 하느님께서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하느님이다”(탈출 3,12; 이사 41,10)라고 하신 말씀과 이어진다. 이제 교회는 임마누엘이신 주님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며, 복음을 모든 민족에게 전하는 파견된 공동체가 된다.
4. 우리 민족과 복음화
한국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 위에 세워졌다. 이 피는 선교의 열매이며,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의 원천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역사와 민족의 심장 속에 뿌리내려야 하며, 그 문화를 정화하고 완성시켜야 한다.”(Ad Gentes, 10항)라고 가르친다. 오늘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적 통일이 곧 복음화의 중요한 목표이다.
5. 삶의 적용
기도와 파견의 삶: 선교는 특별한 사람들의 임무만이 아니라, 모든 신자의 소명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가정, 직장, 사회 안에서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
사랑의 나눔: 하느님의 사랑은 나눌 때 확산한다. 가난한 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복음의 진정한 증인이 된다.
민족 복음화를 위한 기도: 특히 우리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남과 북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가족이 되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결론
선교는 교회의 의무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사랑이 세상 속으로 흘러넘치는 사건이다. 오늘 전교주일에 우리 각자가 “복음을 전하는 제자”로 새롭게 파견되도록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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