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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3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3 조회수 : 45

복음: 루카 12,49-53: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49절)라고 말씀하신다. 불은 우리 삶에서 파괴적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정화하고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불은 바로 성령의 불, 복음의 불, 사랑의 불이다. 엠마오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 마음이 뜨겁지 않았던가?”(루카 24,32) 고백했다. 이 뜨거움이 바로 복음의 불이다. 이 불은 우리의 삶 속에서 죄와 악습을 태워 없애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열정을 일으키며, 세상을 새롭게 하는 에너지로 작용한다. 

 

예수님은 또한 “내가 받아야 할 세례가 있다.”(50절) 하신다. 이는 곧 십자가의 죽음과 순교의 세례를 뜻한다. 예수님은 이 고통과 죽음을 통해 세상에 불을 지피셨고, 그 불은 사도들의 마음을 태워 교회를 세상 끝까지 확장하게 했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은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51절)라고 하신다. 이는 곧 참된 신앙이 인간 내면과 가정, 사회 안에서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말한다. 하느님을 섬길 것인가, 세속을 좇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갈등은 참된 사랑과 신앙을 드러내기 위한 정화의 과정이다. 

 

성 치프리아노는 신앙 안에서의 갈등과 선택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도께 충실하려면 세상과의 평화가 깨어져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는 파괴가 아니라, 오히려 참된 평화, 곧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다.”(Epistula 55, Ad Cornelium) 성 바실리오 또한 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 불은 단순한 물질의 불이 아니다. 그것은 영혼을 정화하고, 사람의 마음속에 신적 사랑을 불타오르게 하는 불이다.”(Homilia in Psalmum 28) 교리서도 같은 맥락을 가르친다. “성령께서 오실 때, 그분은 우리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시어 죄의 어둠을 몰아내시고,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열정을 일으키신다.”(696항) 

 

성령의 불은 미지근한 신앙을 깨우고, 나태한 삶을 태워버리며,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열정으로 우리를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불은 우리 삶에 불편함과 갈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해 가족 안에서, 직장에서, 세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 갈등은 우리를 정화하고, 더 순수한 신앙으로 이끄는 하느님의 섭리일 수 있다. 오늘 우리는 다시금 주님의 불을 청해야 합니다. 미지근한 신앙을 태워 없애고, 내 안에서 하느님을 향한 사랑이 활활 타오르도록, 또한 세상 속에서 복음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 

 

주님께서 세상에 지르신 불은 단순히 파괴의 불이 아니라, 정화와 사랑, 성령의 불이다. 그 불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고, 세상 속에 참된 평화를 세우는 불이다. 우리 모두 주님의 불을 받아, 내 안과 가정, 그리고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밝히는 불씨가 되기를 기도하자.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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