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개의 삶
우리 인간에게 주신 천주 성령의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판단력 또는 분별력입니다. 세상의 일에 관하여 사람들은 어떤 상황을 판단하고 위험 수위를 측정하며 그에 걸맞은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자랑할 때가 참 많습니다. 사실 자랑할 만도 합니다. 예수님이 군중에게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하고 개탄하시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 이 판단력 행사가 필요한 곳은 세상일이 아니라, 이 시대, 곧 요한 세례자가 예고했고 예수님이 몸소 하느님의 능력을 표징으로 보여주시며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가 다가오고 있는 이 시대에 관한 일입니다: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가장 귀가 어두운 사람은 듣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걸어가야 할 올바른 길을 판단하는 일에서, 문제는 듣기를 마다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충고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내부의 소리, 양심의 소리는 들어야 하는 데도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 판단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양심이 일러주는 그 길이 마음에 내키지 않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회개는 잘못된 의식을 전환하고, 몸에 밴 귀한 버릇을 포기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일을 가리킬 것입니다. 마음을 바꾸어 양심의 소리만은 따르겠다는 결심을 앞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귀가 어두운 사람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각각의 세대는 결정적인 시대를 살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이 시대에 관한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하느님은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그분은 오늘 우리가 겪어야 할 사건들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우선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들어야 합니다. 회개를 촉구하는 절박한 부르심, 사랑 실천을 독려하는 간절한 부르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너무나 자주 듣기를 마다하여 어두운 귀를 들이대거나 자랑하는 무례를 범할 때가 많았음을 반성하며, 새롭게 출발해야 합니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이 일례로 소개하시는 장소는 준엄하기로 이름났던 로마 법정입니다. 한번 소송이 펼쳐지면, 그 과정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던 법정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법정의 이 냉혹한 현실을 상기시키시면서, 재판관 앞에 서기 전에 합의를 봄으로써 최악을 모면하도록 권고하십니다. 이 권고를 통해서 예수님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최후의 심판 날에도 두려움이나 초조함 없이 주님 앞에 설 수 있도록 회개의 길을 걸어갈 것을 독려하십니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도록 회개를 결심해야 합니다. 무자비한 판관으로서의 주님이 아니라, 한없이 자비로우신 판관으로서의 주님을 뵙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결단은 회개입니다. 회개를 망설일 때마다 주님은 우리에게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하고 물으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성령께서 우리에게 큰 선물로 내려주신 판단력을 기초 삼아, 회개만이 준엄한 징벌을 모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가슴에 새기며, 등 돌린 삶에서 주님을 향해 다시 돌아서 신앙의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나가는, 은혜로운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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