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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4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4 조회수 : 45

복음: 루카 12,54-59: “법정으로 가는 길에서 화해하도록 힘써라.” 

 

사람은 날씨의 변화를 보며 내일 비가 올지, 바람이 불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세상의 징표는 읽을 줄 알면서 정작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에 주시는 구원의 징표는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죽음과 심판 이전에 회개하고 화해할 기회가 주어졌음을 일깨워 준다. 

 

예수님은 “너를 고소한 자와함께 재판관에게 갈 때, 도중에 그와 합의를 보도록 힘써라.”(58절) 하신다. 여기서 ‘재판관’은 종말에 우리를 심판하실 그리스도 주님이시다. 우리는 모두 죄인으로서, 살아있는 동안에야만 하느님의 자비를 통해 죄의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 죽음 이후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고, “마지막 한 닢까지”(59절) 갚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지금, 이 순간이 구원의 때이며, 회개와 화해의 시간이 지금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성 치프리아노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자비의 시기이고, 회개의 시간이지만, 심판이 시작되면 은총의 문은 닫히고, 각자는 자기 행위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De Lapsis, 28)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우리를 일깨운다: “오늘은 네가 고쳐야 할 날이다. 내일은 아직 네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내일을 약속하지 않으셨다. 오늘을 주셨을 뿐이다.”(Sermones, 169, 15) 또한 교리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지상 생애가 끝나면 우리는 단 한 번의 죽음을 겪고, 그 후에는 심판이 있다. 이때 각자는 자기 삶을 책임지며, 그리스도와의 관계에 따라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1021항 참조)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빚’을 지고 산다. 하느님께 지은 죄, 이웃에게 지은 잘못, 마음속에 남은 분노와 미움….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회개의 길, 화해의 길을 열어 주신다. 고해성사를 통해, 또 서로에게 용서를 청함으로써 우리는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에 하지” 하고 미루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간절히 요청한다. 아직 살아 있을 때 화해하라.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용서를 청하라.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주님의 자비를 붙잡아라.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은총의 때이다. 

 

우리는 모두 법정으로 가는 길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화해와 회개의 시간을 주신다. 이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고, 주님의 자비로 우리 영혼을 깨끗이 하며, 이웃과의 관계를 회복하자. 그럴 때, 우리는 재판관이신 주님 앞에서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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