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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6 조회수 : 122

루카 18,9-14 

 

참된 예배와 거짓 예배, 그에 따른 참된 감사와 거짓된 감사 

 

 

오늘 우리는 성전에 올라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 당대 최고의 신앙

엘리트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세리, 민족의 반역자이자 공인된 죄인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성전에 기도하러 올라갔습니다.

말하자면, 두 사람 모두 주일 미사에 참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결론은 충격적입니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 다 똑같은 미사에 참례했는데, 어째서 한 사람은 '의롭게 되어' 돌아가고, 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아갔을까요? 도대체 무엇이 이 두 사람의 예배, 이 두 사람의 행복을 갈라놓은 것입니까? 

 

오늘 복음은 단순히 기도 자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사람의 '예배 방식'이 달랐음을

지적합니다.

예배는 행복입니다.

그러나 바리사이의 행복해지는 방법은 ‘비교’를 통해서였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그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 불행한지도 모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비교' 때문입니다.

SNS를 열면,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해 보입니다. 나보다 더 좋은 곳에 가고, 나보다 더 좋은 것을

먹고,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절망합니다.

이러한 현대의 불행은,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의 행복 방식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의 기도를 보십시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의 행복은 '비교 우위'에서 나옵니다.

그는 하느님의 자비를 만난 적이 없기에, 오직 남보다 낫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비교 행복'에 중독된 사람의 영혼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유명한 우화가 있습니다. 

 

어떤 천사가 서로 질투하는 두 상인 앞에 나타나, 한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단, 조건이 있었습니다.

"네가 무엇을 구하든, 옆의 상인에게는 그것의 두 배를 줄 것이다." 

 

만약 집 한 채를 구하면, 옆 상인은 두 채를 갖게 됩니다.

금 100냥을 구하면, 옆 상인은 200냥을 갖게

됩니다.

천사의 제안을 받은 상인은 밤새도록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가 부자가 되는 것은 좋지만, 저 인간이 나보다 두 배 더 부자가 되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상인이 마침내 천사에게 소원을 말했습니다.

"제 눈 한 쪽이 보이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래야 옆 상인의 두 눈이 멀게 될 테니까요.

이것이 바로 바리사이의 예배, '비교 감사'의 실체입니다.

"저는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감사드립니다."라는 기도는, "저 세리의 두 눈을 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저주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리고 이 '비교 감사'의 예배는 우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고 반드시 공동체를 파괴하는 비극을 낳습니다.

인류 역사상 이 '거짓된 감사'가 얼마나 끔찍한 비극을 낳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세일럼(Salem) 마을'에서 일어난 '마녀 재판'의 광풍입니다. 

 

당시 세일럼 마을 사람들은 신대륙에 거룩한 '언덕 위의 도시'를 세웠다고 자부하던 독실한

청교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매일 성전에 모여, 자신들이 타락한 유럽의 구교도나 방탕한 자들과 같지 않음을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바로 '선택받은 바리사이'였습니다. 

 

그런데 1692년 겨울, 마을 목사의 딸과 조카딸이 알 수 없는 발작과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들은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마을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것은 악마의 짓이다! 우리 거룩한 공동체 안에 마녀가 숨어있다!"였습니다.

자신들은 거룩하기에 자신들의 고통은 다른 누군가의 탓이었던 것입니다. 

 

재판관 존 해손과 같은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마녀'나 '악마의 하수인'들과 같지 않음을 하느님께 감사하며, 자신들의 의로움을 증명하기 위해 이웃들을 심판대에 세웠습니다.

불과 몇 달 만에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발당하고, 20명의 무고한 생명이 교수대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바리사이적 예배자들의 모습입니다.  

 

반면, 세리는 어떠합니까? 그는 '비교'하러 성전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는 감히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외칩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세리는 남보다 더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교할 수 없는 어떤 것', 즉 자신의 존재를 구원해 줄 '자비'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습니다. 

 

가수 '비', 정지훈 씨는 수백억, 어쩌면 수천억 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평생소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백억을 버는 것보다, 돌아가신 어머니 품에 한 번 안겨보는 게 소원입니다." 

 

그에게 '어머니의 품'은 100억, 1000억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입니다.

세리가 성전에서 찾은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재물과 명예와도 바꿀 수 없는, 나를 무조건적으로 안아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품'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배'의 핵심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시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사는 '비교 우위'를 확인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 '비교 불가능한 지위'를 선물 받으러 오는 자리입니다. 

 

‘사무라이가 되고 싶었던 천민 아이’의 비유를 아실 것입니다.

그 기둥은 아들에게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어머니의 자비'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죽으신 어머니의 희생을 만난 것입니다.

이 소년이 미사에 온 우리와 같습니다.

우리가 미사 때 서는 이 제대는 우리를 위한 '사람 기둥'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산 제물로 바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이며, 그분의 '자비'가 영원히 서 있는 기둥입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굿뉴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지우'(설경구 분)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국적을 잃고 10년 넘게 '주민등록증' 하나 없이 유령처럼

살아갑니다.

그는 냉동 창고에서 일하며 온갖 고초를 겪습니다.

그에게 유일한 소원은 '주민등록증'을 되찾아 평범한 시민으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영화 속 다른 인물들, 예컨대 젊은 조직원(홍경 분)이나 그를 이용하려는 국정원장 등은 더 많은 돈과 명예, 더 높은 지위를 원합니다.

그들은 '바리사이'처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더 높은 곳을 탐합니다.

하지만 주인공 지우는 다릅니다.

그는 다른 이들이 무엇을 가졌든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미사를 통해 얻게 되는 지위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더 많은 돈과 명예를 비교하며

살아가지만, 우리는 이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라는, '천국의 시민'이라는 주민등록증을 받습니다.

이 지위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 없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바리사이처럼 남과 비교하며 나의 의로움을 확인하러 왔습니까?

아니면 세리처럼, ‘하느님의 자녀'라는 비교할 수 없는 지위를 선물 받으러 왔습니까? 

 

미사가 끝나고 성당 문을 나설 때, 우리는 더 이상 밖에서 만나는 그 누구와도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나는 저 사람보다 돈이 없는데...", "나는 저 사람보다 건강하지 못한데..."라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오늘 미사에서 '하느님의 자녀'라는 신분증을 받았다.

나는 하느님의 상속자다."라는 절대적인 감사와 자부심을 안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에 무조건 찬미하며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오늘 하느님을 참으로

만나고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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