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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6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6 조회수 : 34

복음: 루카 18,9-14: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1. 기도의 본질: 겸손과 가난한 마음

오늘 전례의 주제는 지난 주일에 이어 기도에 관한 것이지만, 특별히 겸손한 자의 기도, 가난한 자의 기도에 초점을 맞춘다. 집회서는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이의 간구는 구름을 뚫고 올라가며, 높으신 분께 이르기까지 그는 위로를 얻지 못한다”(집회 35,21). 하느님께서는 외적인 제물이나 형식보다 가난한 자의 진실하고 겸손한 기도를 더 기쁘게 받아들이신다. 하느님은 마음을 보시는 분이시며, 그분 앞에서 교만과 자기 자랑은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2.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예수님께서는 오늘 비유에서, 자기 의를 자랑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와,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자비를 간청하는 세리의 기도를 대조하신다. 바리사이는 자신이 행한 율법 준수와 선행을 자랑한다. 그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며, 하느님을 찬미하기보다 사실상 자기 자신을 찬미한다. 반면 세리는 멀찍이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다만 “하느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루카 18,13)라고 기도한다. 그의 기도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전적으로 하느님의 자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겸손한 신뢰의 기도이다.

예수님의 결론은 분명하다. “하느님께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고 집으로 돌아간 이는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였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면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다.”(루카 18,14). 

 

3. 교부들의 가르침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대목을 해석하며, 바리사이는 하느님 앞에 자신을 내세웠고 세리는 자신의 죄를 내세웠다고 설명한다. “바리사이는 자기 공로를 나열했고, 세리는 자신의 죄를 고백했다. 하느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이에게 은총을 베푸신다.”(Sermo 115,1–2)

또한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가르친다. “헛된 자만만큼 기도와 동떨어진 것은 없다.”(Hom. 3 in Matthaeum) 기도는 자기 과시가 아니라 자기 비움이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출 때 비로소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4. 교회의 가르침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헌장에서 이렇게 가르친다. “전례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높이 찬미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낮추고, 그분의 자비를 간청하는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33 참조). 또한 교회 헌장은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에 관해 설명하면서, 모든 신자가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인류를 위해 겸손히 중개자로 서야 함을 강조한다(10항 참조). 따라서 오늘 복음은 단순히 개인의 태도 문제를 넘어서,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올바른 전례적 태도와도 연결된다. 

 

5. 그리스도인의 태도: 겸손 안에서 완주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2티모 4,6-8.16-18), 자기 공로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 안에서 역사하신 하느님의 은총을 찬미하고 있다. “주님께서 내 곁에 서시어 나에게 힘을 주셨습니다.”(2티모 4,17). 그는 자기 달려온 길이 은총의 열매임을 고백하며, 정의의 월계관은 자신만이 아니라 주님을 사모하는 모든 이에게 주어질 것이라고 한다. 

 

6. 오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오늘 복음은 우리 안의 작은 바리사이를 성찰하게 한다. 혹시 우리는 신앙생활을 자랑거리로 삼거나,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깎아내리는 데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은총에 의존하는 가난한 이들이다. 세리의 기도처럼 “하느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겸손히 고백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새롭게 하시고 올바른 이로 세워주실 것이다. 

 

7. 결론

오늘 우리는 세리의 기도를 우리의 기도로 삼아야 한다. 교만이 아니라 겸손으로, 자기 자랑이 아니라 은총에 대한 신뢰로, 다른 이를 판단함이 아니라 자비를 청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기도는 구름을 뚫고 하느님께 이르고, 하느님의 은총과 정의의 월계관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질 것이다. 

 

✠ 주님, 우리를 높이지 말고 낮추게 하시어, 오직 당신의 자비로만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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