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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9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0-29 조회수 : 36

복음: 루카 13,22-30: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 

 

오늘 복음은 우리 모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23절) 이 질문은 단순히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이 과연 누구에게 열려 있는지에 대한 인간적인 염려를 담고 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사람의 수를 세는 방식으로 대답하지 않으시고, ‘어떻게 구원에 이르는가?’에 초점을 맞추신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24절) 말씀하신다. 구원은 넓은 길을 편하게 걸어가듯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좁고 힘든 길을 끝까지 걸어야 얻는 은총임을 강조하신다. 

 

많은 이들이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26절) 항변하지만, 주님은 “나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모른다.”(25.27절) 단호히 말씀하신다. 단순히 세례를 받고 미사에 참여하며,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삶의 열매, 곧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예수님께서 경고하신 “불의를 일삼았다.”(13, 27)라는 말은 단순히 큰 죄를 지은 경우만을 뜻하지 않는다. 신앙인의 삶에서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고 작은 불의와 안일함에 안주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하느님의 잔칫상에서 쫓겨나고, 오히려 온 세상 사방에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이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구절을 묵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주님을 입술로만 고백하고 삶으로 증언하지 않는 자들은 ‘나는 너희를 모른다’라는 두려운 말씀을 들을 것이다. 그분을 참되게 아는 것은 그분의 뜻을 행하는 것이다.”(설교집 147,2)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덧붙인다: “좁은 문은 고통스럽고 험난하지만, 그 길 끝에는 영광이 있다. 넓은 길은 달콤하고 쉬워 보이나, 결국 파멸로 이끈다.”(마태오 복음 강해 23,1) 교부들의 가르침처럼, 구원은 단순히 외적인 행위가 아니라, 내적 변화와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사는 결단 속에서 이루어진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쉽지 않다. 그것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사랑을 선택하며, 하느님의 뜻을 삶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만이 주님께서 “나는 너를 안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 길이다.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초대된 우리는 단순히 “주님, 주님”하고 부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님의 뜻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삶이 필요하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 각자는 다시금 좁은 문을 향한 걸음을 결심해야 하겠다.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갈 때, 주님께서 우리 이름을 기억하시며 “너는 내 사랑하는 자녀다.”라고 불러 주실 것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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