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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02 조회수 : 89

복음: 마태 11,25-30 
 
참 삶은 의미있는 삶, 가치 있는 삶, 깨어있는 삶, 현재에 충실한 삶! 
 
 
눈길 교통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과정에서 임사 체험을 했던 헨리 나웬 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요르단강을 살짝 건너갔었을 때 받았던 가장 강렬한 느낌은 극진한 환대였습니다.
환한 웃음, 활짝 두 팔 벌린 세상 자상하신 분으로부터 세상 따뜻한 환영을 받았을 때,
평생토록 나를 억압해왔던 두려움, 상처, 분노, 굴욕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특별한 임사체험 이후 헨리 나웬 신부는 우리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습니다. 
 
“여러분 각자 죽음의 순간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위대한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잘 준비하십시오.” 
 
오늘 위령의 날은 먼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사실 아직 이 땅 위에 남아있는 우리들의 날이기도 합니다.
먼저 떠난 이들은 남아있는 우리를 향해 무언의 외침을 건넵니다. 
 
“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 
 
이 땅에 남아있는 우리 역시 떠날 날들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으니, 이왕이면 좀 더 충만하게, 좀 더 열정적으로, 좀 더 기쁘게 이 세상을 살다 오라는 먼저 떠난 분들의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니, 마치 한바탕 불꽃놀이 하듯이 순식간에 하루가 소진되었습니다.
우리의 마지막 날도 그렇게 순식간에, 섬광처럼 다가오고 사라질 것입니다.
관건은 순간순간을 하릴없이, 영양가 없이 보낼 것이 아니라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게 계획하고 구성해야겠습니다. 
 
며칠 전부터 저는 자기 전에 작은 노트에 내일 꼭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들을 순서대로 메모합니다.
어떤 날은 한 페이지가 꽉 차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들이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다 알차게, 보다 계획적으로, 보다 충만하게 엮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 숱한 날들을 선물로 주시면서 바라시는 바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다가 당신 품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행복은 이 세상에서의 행복, 인간적인 행복도 포함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영적인 행복이요, 주님 안에서 행복이 아닐까요?
바로 산상 수훈을 통해서 강조하시는 바로 그 행복입니다. 
 
죽음은 사실 우리의 삶 속에 이미 스며들어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 일선에서의 물러남, 질병, 노화, 소외, 실패, 고독...우리는 매일의 삶을 살아가면서 그 안에 실재하는 다양한 죽음의 요소들을 대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살아있으면서도 매일 작은 죽음을 체험합니다.
결국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또한 삶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모순되는 말처럼 보이지만 삶은 시시각각 죽음으로부터 위협받고 있기에 더욱 소중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대로 죽음이 없다면 끝도 없이 반복될 죄와 악습, 병고와 고독...도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죽음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죽음이 있어 기나긴 한 인간의 생이 정리되고 완성되니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아리송하지만 결국 죽음 안에 삶이 있고 삶 안에 죽음이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가 인생의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했을 때, 우리들의 지난 삶은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절대로 우리가 보낸 세월의 기간으로 평가받지 않을 것입니다.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관건이 아닐 것입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하루하루를 얼마나 충만하고 의미 있게 살았는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라고 표현합니다.
반대로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는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고 말합니다.
참 삶은 의미있는 삶, 가치 있는 삶, 깨어있는 삶, 현재에 충실한 삶, 주님의 생명력으로 가득한 삶,
결국 사랑의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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