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말씀]
■ 제1독서(에제 47,1-2.8-9.12)
바빌론 유배시기 동안 예언자 에제키엘은 동족들을 하나의 현시(現示) 안에 참여케 함으로써 용기를 북돋습니다. 예언자는 현시를 통하여 이미 파괴된 예루살렘 성전을 대체할 새 성전을 봅니다. 이 성전은 새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생명의 샘이 될 것이며, 이 샘에서 흘러나온 물은 죽음의 바다까지 되살릴 것입니다. 이 장면은 요한묵시록에 다시 인용되어, 하느님께서 최후의 축제일에 당신의 자녀들을 불러 모을 새 예루살렘 성전을 꾸며줍니다.
■ 제2독서(1코린 3,9ㄴ-11.16-17)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집’이라는 개념이 품고 있는 영적인 현실을 강조합니다. 이 영적 현실은 바로 그리스도를 기초로 세워진 교회를 말하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를 세우는 데 참여하도록 초대된 사람들입니다. 한편 교회는 주님의 성령에 따라 세워질 때만이 견고함을 자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거룩한 현실로 머물 것입니다.
■ 복음(요한 2,13-22)
예수님은 앞서 카나의 기적을 통하여(요한 2,1-12), 파스카 이후에 그대로 거행될,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혼인식을 상징적으로 예고하셨으며(요한 2,1-12), 성전에서 물건 파는 이들을 내쫓으시며 못지않은 상징적 행위를 보여주십니다. 탐욕스러운 종교가 발을 뻗는 공간이 되어 그 의미를 상실한 성전은 예수님 안에서 비로소 무상의 사랑이 교환되는 참종교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나아가 주님은 당신이 바로 성전이심을 보여주시나, 이는 부활 이후에야 그분 행적의 의미를 알아듣게 될 제자들에 의해 드러날 것입니다.
[새김]
‘집들이’라는 우리에게 친숙한 전통이 있습니다. ‘집들이’하면, 가족과 친지와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누며, 특히 거주할 공간을 확보한 당사자들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현실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공간은 물리적인 차원을 넘어 집안의 영적인 현실을 내포합니다. 하느님 백성의 역사 안에는, 언제나 큰 의미를 지니는 건축, 그 가운데서도 성전 건축이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통하여 이스라엘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져나갔으며, 나아가 성전을 언젠가 세상 모든 민족이 모여들 범세계적 중심지로 내다보았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세계에서 신성한 장소로 여겨졌던 성전 건물은 무너져 사라지고, 이제 예수님이 새 성전, 진정한 의미의 하느님 거처로 자리하며, 그분을 중심으로 하나 된 공동체 또한 주님의 집이 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신앙생활에 필요한 교회 건물을 세워나갔습니다. 그러나 이 교회 건물들은 성령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라는 영적 모습을 지닐 때,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로마의 첫 번째 주교좌성전 봉헌을 경축하면서, 우리는 결국 ‘천상 예루살렘’에 대한 기다림 속에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하느님의 궁극적 거처를 기념합니다.
오늘은 또한 평신도 주일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하느님의 백성’으로 정의되고, 하느님의 백성 대부분이 평신도임을 감안한다면, 오늘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이 하나이듯이 교회 구성원들 모두 하나가 되어, 하느님 나라 건설에 힘껏 뛰어들겠다는 다짐으로 오늘 주일과 이한 주간을 다스리며, 신앙의 한 해를 잘 마무리해 나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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