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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1-10 조회수 : 125

쓸모없는 종

 


어제에 이어 오늘도, 예수님은 당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일상생활에서 예를 찾아, 당신 교회의 구성원들, 특별히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은 계약을 하느님에 대한 권리를 인간에게 부여하는 협약 정도로 인식했습니다. 인간이 하느님이 내리신 율법의 규정들을 준수한다면, 하느님은 마땅히 그에 대한 대가 또는 보상으로 답하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개념이 그들의 오만과 자만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겸손과 함께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종속을 가르치시면서, 예수님은 당신 교회의 구성원들이 이 왜곡된 계약 개념을 멀리하도록 촉구하십니다. 예수님은 들에서 고된 일을 막 끝내고 돌아온 종에게 자신이 먹을 것을 준비하도록 지시하는 주인의 모습을 예로 듭니다. 예수님은 여기서 주인의 모습을 윤리적 또는 인도적으로 평가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으시고, 다만 피조물의 주인이신 하느님에 대한 종인 인간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쏟으실 뿐입니다.

 

종은 주인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지니지 못합니다. 종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나아가 어떠한 긍정적 평가나 감사의 표시를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이처럼 인간은 하느님 앞에서 미천한 종일 뿐입니다. 우리의 행보를 돋보이게 할 어떠한 권리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종의 기능을 다 하는 것 외에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입니다. 생명을 주시는 분도 하느님이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시는 분도 하느님이며, 언젠가 그 생명을 거두실 분도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을 따르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렸으며, 그분의 가장 근원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사람들입니다.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해야 하는 삶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사람들입니다.

 

아울러, 스승 예수님의 모습 가운데 사도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종으로서의 모습’, 그것도 철저한 종의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스승이 온몸으로 가르쳐주신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는 고백을 외치며, 입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주님을 전하면서, 제자들은 주님의 이 강렬한 모습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며, 말씀 선포에 최선을 다해 나갔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를 당신의 제자로 불러 주시고 늘 이끌어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가운데,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기쁘게 외칠 수 있는 신앙인의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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