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루카 17,7-10: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
예수님은 주인과 종의 관계를 비유로 드시며, 종이 주인의 명령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 특별히 칭찬받을 일이 아니라고 하신다. 이는 곧,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할 때 그것을 자신의 공로로 삼아선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성 암브로시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한 모든 선행은 은총 덕분이다. 우리가 그것을 내세우려 한다면, 은총을 거부하고 자기 영광을 취하는 것이다.”(Expositio Evangelii secundum Lucam 8,31) 즉, 우리의 모든 선행은 하느님 은총의 열매이며, 우리는 그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10절)라고 말하라고 하신다. 이는 우리 자신을 무가치하다고 낮추려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봉사가 본래 하느님께 대한 의무임을 고백하는 겸손의 태도이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권고한다. “우리가 선을 행할 때, 그것을 빚 갚음으로 여기라. 은총을 얻기 위한 흥정이 아니라, 주님께 진 빚을 갚는 것임을 잊지 말라.”(Homiliae in Matthaeum 25) 따라서 참된 제자는 자신이 행한 것을 자랑하지 않고, 그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리며, 더 큰 사랑과 봉사로 나아간다.
예수님 자신이야말로 이 말씀의 완전한 모범이시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셨습니다.”(필리 2,6-7)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에도 불구하고 종으로서 순종하시고,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내어주셨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교회의 진정한 힘은 권세가 아니라, 봉사이며, 자기 자신을 낮추어 형제의 발을 씻어 주는 사랑이다.”(104항 요지)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다음을 묻는다. 나는 봉사할 때, 은근히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바라지 않는가? 내가 한 선행을 내 공로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봉사와 직무를 통해 그리스도의 겸손을 드러내고 있는가?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이웃을 높여주는 태도이다. 우리가 맡은 일을 다하고도 “주님,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봉사는 오히려 하느님 앞에서 귀한 향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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