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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11 조회수 : 102

지금은 전쟁 중이라 갈 수 없지만, 이제까지 경험을 볼 때 성지순례 중의 최고는 단연 이스라엘입니다. 예수님과 관계된 성지를 돌아보면, 예수님께서 직접 제게 말씀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이 장소를 통해 주님을 더 뜨겁게 그리고 가깝게 느끼게 됩니다.

 

나자렛 거리를 돌아다니며 2,000년 전의 예수님 유년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뛰어놀며 장난도 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완전한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전에서 예수님을 다시 찾았을 때의 사건 이후부터 공생활 시작 전까지의 기록이 복음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완전히 우리와 똑같이 사셨기 때문입니다.

 

고향 사람들이 예수님께 믿음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 이해됩니다. 예수님의 어린 시절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와 다를 바 없었던 어린 예수님을 기억하고 있기에, 현재 보이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의 저는 ‘부수기 대장’ 소리를 들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뜯어보곤 했습니다. 문제는 머리가 나빠서 다시 조립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제 손만 다면 다 부서진다고 ‘부수기 대장’ 소리를 들었습니다. 또 장난도 많이 쳤고, 싸움도 했었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누가 커서 신부가 될 것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과거를 통해 미래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을 통해서는 미래를 알 수 있을까요? 이 역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하느님의 일은 늘 뜻밖의 모습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향하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쓸모없는 종의 비유 말씀을 하시면서, 겸손과 봉사에 관해 가르치십니다. 예수님의 시대의 종은 주인의 소유물이었고, 그의 시간과 노동력은 온전히 주인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힘든 노동을 마치고 돌아왔다고 해서 쉴 수 있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주인의 식사를 준비하고 시중을 들어야 했습니다. 즉, 이 정도 했다고 어떤 보상을 기대하거나, 자기 공로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신앙은 의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적 행위가 하느님께 무언가를 ‘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거래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만큼 했으니, 이만큼의 복을 주셔야 한다는 거래가 아니라, 늘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성실한 주님의 종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지를 아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모든 것이 사랑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리옹의 이레네오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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