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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2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1-11 조회수 : 60

청원과 감사

 


오늘 복음의 나병 환자 치유 이야기는 기도에 관한 두 시기를 잘 보여줍니다. 하나는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는 청원기도이며, 다른 하나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감사기도입니다.

 

열 명의 나병 환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유일한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의 청원 과정은 단순합니다. 그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주님께 호소하기만 하면 됩니다. 청원기도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율법은 분명히 나병 환자들을 가까이하지 말도록 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율법을 완성하러 오신 예수님은 율법을 초월하는 몸짓을 보이십니다. 예수님은 직접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사회로부터 축출된 이들,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은 이들을 치유하시나, 곧바로 치유 기적을 일으키시지는 않으시고,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하고 이르실 뿐입니다. 치유의 상태를 확인하고 공동체나 가족 합류를 명할 권한이 사제에게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도의 한 시기인 감사기도의 진정성을 확인해보시려는 의도로 이해됩니다.

 

열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그것도 유다인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방인 한 사람만 돌아와 감사의 예를 행합니다. 기도의 두 시기를 정성스럽게 완성한 이 이방인에게 주님은 선언하십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치유를 넘어 구원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아마 이 사람은 이제 완치자 또는 정상인으로 살아가면서, 나병보다 더 고통스러운 문제가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기도하며, 곧 청원하고 감사하며 믿음의 길, 구원의 길을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터득했을 것입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도의 한 시기를 채우지 못한 사람들, 나머지 아홉 사람은 분명 잠시나마 감사의 마음을 가졌을 것이고, 사제에게 보이고 난 후 전처럼 마을 사람들, 가족들과 함께 신나는 삶을 살아갔을 것이나, 나병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고통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고 불평과 원망의 삶을 살아갔을 것입니다. 변한 게 없는 삶이었을 것입니다. 육체적 치유뿐, 영적인 치유를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감사의 몸짓이야말로 인생 여정을, 영적인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는 가르침 앞에 섭니다. 진심으로 감사할 때, 구원 선물에 합당한 사람으로 변화되는 참 행복 앞에 설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오늘 하루,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이 감사의 마음을 이웃들을 위한 봉사와 사랑 실천으로 표현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신앙인으로서의 복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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