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7,20-25
하느님 나라를 위한 겨자씨 믿음 만드는 법
찬미 예수님!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은행가 아들로 태어난 '자크 페쉬(Jacques Fesch)'는 24살에 인생의 막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는 방탕한 생활로 빚더미에 올랐고, 은행 강도를 시도하다 경찰관을 살해했습니다.
그는 1957년, 단두대 이슬로 사라질 사형수였습니다.
그가 갇힌 '상떼(Santé)' 감옥의 독방은 빛 한 점 없는 절망의 공간이었습니다.
죽음의 공포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신을 믿지 않았고, 세상과 자신을 저주했습니다.
그런데 수감 1년 후,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밤, 칠흑 같은 독방 안에서 그는 갑작스러운 '강렬한 빛'을 체험합니다.
그는 자신의 옥중 일기에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강렬한 외침이,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외침이 내 가슴속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 순간, 나는 믿었습니다. ... 그날 밤, 그분께서 내 감방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나는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자크 페쉬, [빛이 내 눈을 뜨게 하다(Light over the Scaffold)]
더 놀라운 것은 그 이후의 변화입니다.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3년 동안, 그의 감방은 더 이상 지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좁은 감방 안에서 춤을 추었고, 찬미가를 불렀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 딸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딸아, 내 마음은 넘치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단다.
나는 이제 곧 그분을 만나러 간다.
그분은 나에게 '천국'을 미리 맛보게 해주셨다."
사형수 자크 페쉬의 감방은 가장 비참한 곳이었지만, 그가 자기 안의 예수님을 만난 순간,
그곳은 가장 거룩한 '성전'이 되었고 '하느님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옵니까?"
그들은 하느님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로마 제국을 물리치는 거대한 정치적 변혁으로 올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여기서 '너희 가운데(entos hymon)'라는 말은 '너희들 사이(관계)'라는 뜻도 있지만, 더 깊게는 '너희 안(내면)'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흔히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밖으로 헤맵니다.
돈을 더 벌면, 좋은 집에 살면, 건강해지면 행복할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동화 속 틸틸과 미틸이 온 세상을 헤매다 결국 자기 집 새장에서 파랑새를 발견했듯,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안에 와 있습니다.
위대한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이 진리를 뒤늦게 깨닫고 이렇게 탄식했습니다.
"늦게야 님을 사랑했습니다! ... 님은 제 안에 계셨거늘, 저는 밖에서 님을 찾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장소'가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우리 내면에 이미 와 계신 '그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자크 페쉬처럼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내 안에 계신 그분을 만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냈습니다.
배신과 죽음의 공포가 가득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그는 평정을 유지했습니다.
그 비결을 그는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너는 언제든지 네 자신 속으로 물러날 수 있다. 인간에게 자신의 영혼보다 더 조용하고 평화로운 은신처는 없다.
나는 내 안에 흔들리지 않는 성을 쌓았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믿음만 있다면 우리는 이미 우리 안의 '성전'에 있습니다.
세례 때 성령께서 우리 안에 집을 지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성전을 탐욕과 걱정, 미움이라는 먼지로 뒤덮어 놓고, 밖에서만 행복을 찾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무너져 가는 다미아노 성당을 돌 하나하나 다시 쌓아 올렸듯, 우리도 매일 우리 내면의 성전을 재건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크 페쉬처럼, 가장 절박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이 외침은 단순한 비명이 아닙니다.
"오직 당신만이 나의 생명이십니다"라는 최고의 신앙고백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도 비슷한 체험을 했습니다.
그는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형장에 끌려가 기둥에 묶였습니다.
총살형 집행 5분 전이었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는 비로소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하느님, 만약 저에게 다시 한번 생명이 주어진다면, 그 삶의 매 순간을 기적처럼 여기며 살겠습니다!"
그 순간 황제의 특사로 감형되어 극적으로 살아난 그는, 이후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성경을 읽으며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살려달라"는 절박한 기도가 그에게 하느님 나라를 열어준 것입니다.
정말 나는 진실하고 절박하게 그분께 바라는 게 있습니까?
가장 힘들 때, 가장 외로울 때, 길게 기도하려 하지 마십시오.
자크 페쉬처럼, 도스토옙스키처럼, 단 한 마디의 화살기도를 쏘아 올리십시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이 짧고 진실한 겨자씨만 한 외침들이 하나씩 쌓일 때,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세상 그 어떤 풍파에도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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