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였다, 착한 종아!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 곧 마지막 길에 들어서시기에 앞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최후의 날 도래에 앞서는 유예 기간을 예고하십니다. 교회의 기간에 해당하는 이 시간은 제자들에게 시련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다시 한번 모든 이가 알고 있던 사건, 당신의 탄생 시점에 전개되었던 사건을 예로 비유 말씀을 건네십니다. 이 사건은 역사적인 사건으로서, 헤로데 대왕의 아들 아르켈라오스가 유다와 사마리아 임금으로 공적인 임명을 받기 위하여 로마를 방문했을 때, 적대자들이 이를 가로막을 목적으로 오십여 명의 유다인들을 로마로 파견하자, (결과적으로 ‘임금’이라는 칭호는 받지 못하나, ‘분봉왕’ 또는 ‘제후’가 되어) 돌아와서 복수극을 펼쳤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예로, 이제 예수님이 당신의 왕권을 부정하려 안간힘을 쓰는 유다 지도자들의 반대 앞에 서십니다.
당신의 부재 기간 동안, 예수님은 종들에게 당신의 ‘재산’을 맡기십니다. 미나(Mina)는 그리스의 화폐 단위로서, 하루 품삯에 해당하는 로마 화폐 데나리온의 절반 정도의 가치였습니다(참고로, 예수님 시대에는 세 가지 화폐가 통용되었습니다. 세금 납부 등 공적인 생활과 관련해서는 로마의 화폐 콰드란스/데나리온/탈렌트, 상거래 등 일상생활에서는 그리스의 화폐 렙톤/스타테르/미나/드라크마, 종교 생활에서는 유다의 화폐 세켈 등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십일조나 헌금은 세켈로만 헌납해야 했기에, 예루살렘 성전 주위에 ‘환전상’이 들어서 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종들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든 충실함과 항구함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이 부재중인 것처럼 보일 때도, 다시 말해서 불안하고 초조한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한 미나가 작은 가치의 화폐를 말하고 있는 만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보여야 하는 의무가 부여됩니다. 예수님의 ‘재산’은 사람들의 눈에 아주 작은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종들에게 계산을 요구하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종들이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무엇을 했는지보다는, 당신이 맡기신 미나가, 곧 하느님의 말씀이 어떤 성과를 보였는지에 관심을 쏟으시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종들의 열정과 능력에 따라 열매를 맺었으며, 작은 일에도 성실한 종들의 모습은 인정되고 보상됩니다. 다만 한 사람, 안전에만 급급한 나머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종, 이 종은 그 탓을 주인에게 돌리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맙니다: “주인님은 냉혹한 분이어서…,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바리사이들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자랑하는 율법을 간직만 할 뿐,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삶으로 율법을 열매 맺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가지고 있는 것까지 빼앗기는 운명을 맞이할 것입니다.
오늘의 비유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최후의 판관으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삶은 마냥 두려움에 싸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라, 말씀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며 살피는 기다림이어야 함을 배우고 새깁니다.
오늘 하루, 주님께서 우리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맡겨 주신 말씀이 많은 결실을 낼 수 있도록 기도하며 힘쓰는, 활기찬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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