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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1일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5-11-21 조회수 : 257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은 매우 오래된 축일로, 성모 공경에서 늘 그러하듯, 서방교회보다는 동방교회의 신심 깊은 전통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에는 성모 마리아의 자헌에 대한 언급도, 나아가 마리아의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에 대한 언급도 없습니다. 다만 170-180경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야고보 원(原)복음서’가 마리아의 부모와 어린 시절에 대해서 귀중한 자료를 제공해 줍니다. 물론 가톨릭교회가 이 작품을 경전에서 제외하여 위경(僞經)으로 취급하고 있느니만큼, 이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의 역사적 진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최소한 성모 마리아 공경 부분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 작품에 따르면, 마리아의 부모는 자식이 없어 근심이 컸었는데, 어느 날 천사를 통해 아이를 갖게 될 것이라는 계시를 받게 되고, 그렇게 마리아를 낳게 된 부부는 매우 기뻐하며 약속한 대로 하느님께 딸을 봉헌하기 위해 아직 세 살밖에 되지 않은 마리아를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리고 갑니다. 성전에 도착하여 마리아를 셋째 계단에 내려놓자, 아기는 두 발로 춤을 추듯 부모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성전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 내용을 근거로 교회는 마리아가 스스로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했다고 믿고, 이를 기념하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는 전언으로 시작됩니다. 이에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신 다음, “하느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고 대답하십니다. 하느님의 뜻, 그분의 지고의 뜻은 세상과 인류의 구원에 있습니다. 성자께서는 성부의 뜻을 이루시고자,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고, 말씀과 행적으로 가르치시며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이끄셨으며, 끝내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구원을 완성하신 분입니다. 


예수님의 하느님의 뜻 실현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신 분 가운데 으뜸은 성모 마리아입니다. 무엇보다도, 마리아의 품을 통하여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하느님의 뜻이었지만,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는 순명의 말씀으로 구원의 새로운 역사를 활짝 여신 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리아는 고통의 삶을 통하여 예수님의 구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신 분입니다. 우리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리아의 고통 가운데 일곱 가지를 선정하여 성모칠고(聖母七苦)라는 이름으로 기억합니다. 특별히 십자가의 길에서의 예수님 만남, 십자가에 못 박히심과 돌아가심 목격, 성시를 품에 안으심, 무덤에 묻으심 등을 통한 고통의 깊이는 아마도 예수님 못지않으셨을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신앙 공동체에는 성모 마리아가 늘 함께하고 계십니다. 

성모 마리아 자헌을 기념하는 오늘, 신앙인의 모범이신 성모님을 본받아, 순명으로 하느님의 뜻을 품고 살아가는 신앙인, 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신앙인, 성모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 속에 머물리라는 희망을 간직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을 다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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