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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21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21 조회수 : 111

복음: 마태 12,46-50: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오늘 교회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을 지낸다. 이날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의 전 생애가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된 삶이었다는 것을 묵상하는 거룩한 날이다. 
 
1. 성모 마리아의 봉헌
전승에 따르면, 성모님의 부모 요아킴과 안나는 세 살 된 어린 마리아를 예루살렘 성전에 봉헌했다. 어린 마리아가 성전의 계단을 오를 때 발자국마다 장미가 피어났다는 이야기는, 마리아의 삶이 하느님께 드려진 향기로운 제물임을 상징한다. 사실 성모님의 봉헌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한 사건이 아니라, 원죄 없이 잉태되실 때부터 성령의 은총 안에서 준비된 삶의 방향이었다. 
 
2. 복음 말씀의 의미
오늘 복음(마태 12,46-50)에서 예수님은 친족 관계를 넘어서는 더 깊은 가족 관계를 선포하신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시며 제자들을 가리켜 말씀하신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50절) 이는 피와 혈육이 아닌, 말씀을 실천하는 순종이야말로 참된 친교의 기준임을 보여준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가 복된 것은 그리스도의 어머니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였기 때문이다.”(Sermo 25,7) 즉, 마리아의 참된 위대함은 단순히 예수님을 낳으셨다는 데 있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며 끝까지 실천하셨다는 사실에 있다. 
 
3. 신학적 의미: 마리아와 교회
예수님께서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라고 하신 말씀은, 교회 안에서 모든 신자가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그리스도의 가족이 된다는 보편적 초대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이렇게 가르친다: “마리아는 믿음과 순종으로 새로운 하와가 되어, 온 인류를 위한 구원의 역사에 협력하였다.”(교회 56항) 따라서 성모님의 봉헌은 교회의 모상이며, 우리 신자 각자에게도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여 말씀을 실천하는 삶의 본보기가 된다. 
 
4. 우리의 삶에 주는 교훈
우리도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의 형제자매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분의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가능한가?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렇게 설명한다. “누구든지 아버지의 뜻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이다.”(Sermo 72A,7) 즉, 우리가 복음을 전하고, 다른 이들의 마음에 주님을 낳게 할 때,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마리아께서 말씀을 믿고 받아들이셔서 ‘말씀이 사람이 되신’ 것처럼, 우리도 말씀을 실천하며 세상 안에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한다. 
 
5. 맺음말
오늘 마리아 자헌 기념일은 우리에게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삶”이야말로 하느님께 봉헌된 참된 길임을 가르쳐 준다. 성모님을 닮아 우리도 매일의 삶 속에서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말씀을 통해 세상 안에 그리스도를 낳는 도구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자.
“주님, 우리가 모두 하느님의 가족으로 당신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아가게 하시며, 특히 마리아의 삶을 본받아 성모님과 같이 사랑이신 주님을 이 세상에 낳아주는 삶으로 구원을 전하게 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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