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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5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15 조회수 : 43

루카 18,1-8: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 
 
우리의 삶 속에서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픈 가족을 위해, 어려운 상황을 위해, 교회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지만, 하늘은 침묵하는 듯 보인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낙심하기 쉽다. 오늘 복음은 그런 우리에게 주님의 분명한 말씀을 전한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1절) 하신다.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재판관과 끈질긴 과부의 비유를 통해 항구한 기도의 중요성을 가르치신다. 재판관은 하느님을 두려워하지도, 사람을 존중하지도 않는 인물이지만, 과부의 집요한 청원 앞에서 결국 정의를 내린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는 선택된 이들의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반드시 그들의 권리를 지켜 주실 것”이라 약속하신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사람의 아들이 올 때,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8절) 하시며, 단순히 청원이 응답되는 것보다 끝까지 믿음을 지켜내는 기도의 힘을 강조하신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기도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한다. “기도는 하느님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을 정화하여 참된 행복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De Sermone Domini in Monte, II, 3, 11)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역시 “끊임없는 기도란 말로만 중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기억하며 모든 일을 그분과 함께하는 것”(Homilia in 1 Thess. 5)이라고 한다. 교리서도 기도를 “하느님의 자녀와 아버지 사이의 살아 있는 관계”(교리서 2565항)라 정의한다. 즉, 기도가 단순히 청하는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친교 안에서 믿음을 지켜내는 길임을 드러낸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하느님께서 즉시 응답하지 않으시는 순간이 많다. 그럴 때 우리는 낙심하거나 포기하기 쉽다. 그러나 하느님은 불의한 재판관보다 훨씬 더 자비롭고 신실하시다. 개인적으로는, 기도의 응답이 더딘 것처럼 느껴질 때도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놓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기도는 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함께 드리는 기도일 때 더 큰 힘을 얻는다. 사목 헌장 38항은 “인간은 하느님과의 대화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가르친다. 교회는 곧 그 대화의 자리이다. 
 
기도는 하느님을 변화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를 변화시키는 은총의 길이다. 항구한 기도는 마지막 때까지 믿음을 지키는 힘이 된다. 우리가 과부처럼 끈질기게 하느님께 매달릴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더 나은 때와 방법으로 응답해 주실 것이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 안에서 믿음을 발견하실 수 있도록 끝까지 기도 안에 머무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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