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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01 조회수 : 71

복음: 마태 8,5-11: 한 말씀만 하소서. 
 
오늘 복음은 가파르나움의 로마 백인대장이 주님께 나아와 종의 치유를 청하는 장면을 전한다. 그는 이방인이었지만, 오히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적이 없다.”(10절) 하실 만큼 위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백인대장은 단순히 종의 치유를 청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에 절대적인 힘과 권위가 있음을 믿었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8절). 이 고백은 하느님의 창조 행위와도 연결된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시자 그대로 되었다.”(창세 1,3 이하). 하느님의 말씀은 곧 행위이며, 능력이다. 백인대장은 이 능력이 예수님의 말씀 안에 충만히 깃들어 있음을 알아본 것이다.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두고 “그는 기적 자체보다도 말씀의 힘을 더 믿었다. 그래서 보지 않고도 믿은 자가 된 것이다.”(Homiliae in Matthaeum, Homilia 26,2)라고 말한다. 즉, 눈으로 확인하려는 요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말씀의 능력을 신뢰한 것이다. 
 
또한 그는 겸손히 고백한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8절) 이는 단순히 외적인 겸손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임재 앞에서 자기 비참을 자각하는 참된 겸손이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말한다. “하느님은 교만한 자를 멀리하시지만, 겸손한 자 안에 친히 거처하신다.”(Sermones 62,1). 백인대장은 바로 이 겸손 속에서 예수님을 자신의 집이 아니라, 마음에 모셨던 것이다. 
 
대림은 주님을 맞이하는 기다림의 시기이다. 백인대장의 태도는 우리가 어떤 자세로 주님을 맞이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우리는 미사 전 성체성사에서 같은 고백을 한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이 기도는 바로 오늘 복음의 고백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우리가 성체를 모시는 것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친히 오셔서 영혼을 치유하시는 사건임을 믿는 고백이다. 
 
예수님께서는 백인대장의 믿음을 칭찬하시며, 하늘나라의 보편성을 선포하신다. “많은 사람이 동쪽과 서쪽에서 모여 와,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11절). 이스라엘이라는 혈연적·민족적 울타리를 넘어, 믿음으로 응답하는 모든 이가 하늘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것이라는 구원의 보편성을 드러내신 말씀이다. 교회 헌장도 이렇게 가르친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모든 사람에게 미친다. 누구든지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찾고 양심의 명령을 따라 선을 실천하는 사람은 구원을 얻는다.”(16항). 
 
따라서, 우리 또한 대림 시기에 자기 혈통이나 형식적 신앙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백인대장의 믿음과 겸손으로 주님을 맞이하는 영적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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