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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8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08 조회수 : 52

복음: 루카 1,26-38: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1. 축일의 의미와 교리의 확립
오늘 교회는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셨음을 기리는 대축일을 지낸다. 이는 하느님께서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실 마리아를 구속 사업의 처음부터 특별히 준비하시어, 그분 안에 죄의 흔적조차 닿지 못하게 하신 은총의 신비를 드러낸다. 교황 비오 9세께서는 1854년 “대자대비하신 하느님, Ineffabilis Deus” 교황 회칙을 통하여, 이 믿음을 신앙의 교리로 선포하셨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의 첫 순간부터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별한 은총과 특전을 받아,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미리 받아 누리셨기에, 원죄의 모든 얼룩에서 완전히 보존되셨다.” 
 
교회는 이 교리를 통해 마리아 안에서 이미 구원의 완성을 미리 보여주셨음을 선포한다. 성모님께서는 “전적으로 거룩하고 흠 없으신 분”(에페 1,4 참조)으로, 교회가 걸어가야 할 성화 길의 표징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를 이렇게 요약한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은총으로 성자와 특별히 깊이 결합되셨으므로, 교회의 신앙과 사랑과 완전한 일치 안에서 모범이 되신다.”(교회 63항). 
 
2. 인간의 자유와 순종을 통한 구원
복음(루카 1,26-38)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마리아의 자유로운 응답을 통하여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아무리 하느님의 계획이 크고 완전하더라도, 인간의 자유와 협력이 빠져서는 완성될 수 없다. 처음 인간 아담과 하와가 불순종으로 인해 죄와 죽음을 세상에 불러들였듯이, 마리아는 “순종의 길”을 택하여 구원을 열었다. 
 
성 이레네오는 이를 “순명의 새로운 길”이라 부르며 이렇게 설명한다. “하와가 불순종으로 인해 결박한 매듭을, 마리아는 순종으로 풀어주었다.”(Adversus Haereses III,22,4). 이처럼 하와의 불순종이 죽음을 가져왔듯, 마리아의 순종은 생명을 가져왔다. 
 
성 아우구스티노도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마리아는 믿음으로 그리스도를 잉태하셨다. 태중에 그분을 모시기 이전에, 마음속의 믿음을 통해 이미 그리스도를 품으셨다.”(Sermo 215,4). 
 
3.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신앙의 구체적 고백
“보십시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는 마리아의 응답은 단순한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자신의 전 존재를 하느님께 내어 맡긴 구체적 신앙의 고백이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 장면을 이렇게 강조한다.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들었을 때, 인간적인 계산이나 의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곧바로 자신을 봉헌하였다. 그녀의 믿음은 인간의 생각을 초월하여, 하느님의 능력에 전적으로 맡겨졌다.”(Homiliae in Matthaeum V). 
 
여기에서 우리는 신앙이란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선택임을 배운다. 예수님의 탄생, 수난, 죽음, 부활이 모두 역사적 사건 속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우리의 신앙도 일상의 구체적 상황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 
 
4. 오늘 우리의 삶 속에서의 적용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신 순간, 그분은 단순히 하느님의 뜻을 내면적으로 동의하신 것이 아니라, 자기 삶 전체를 내어놓으셨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이웃에게 봉사의 삶으로 드러난다. 
 
교회 56항은 이렇게 가르친다. “마리아는 아담의 후손 가운데서 구원 사업을 위하여 아드님의 협력자가 되셨으며, 믿음과 순종으로 죄와 죽음을 물리치신다.” 그러므로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하느님 뜻에 응답하는 인간의 참된 자유를 발견한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 질문이 던져진다. 지금 내 삶에서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가? 가정에서, 공동체 안에서, 직장에서, 작은 일상에서 주님의 뜻을 찾아내고, 기쁘게 실천하는 것이 바로 신앙의 길이다. 
 
5. 결론: 모든 그리스도인의 고백
마리아의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라는 고백은 단지 성모님의 고백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그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따라야 할 고백이다. 우리도 매일의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따름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살고 세상 안에 드러내야 한다. 
 
마리아께서 원죄 없이 잉태되신 은총은, 우리도 최종적으로 죄와 죽음을 넘어 부활의 영광에 동참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교부들의 말처럼, “마리아 안에서 이미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났다.”(성 암브로시오). 그러므로 오늘 이 대축일에, 우리도 성모님과 함께 고백하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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