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와 세례자 요한
예수님 시대의 유다인들, 특별히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와 같은 지도층은, 구약시대의 전승에 따라, 하느님께서 메시아를 파견하시기에 앞서 엘리야를 먼저 보내실 것이라는 믿음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구약시대의 마지막 예언자로 여겨지는 말라키는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야 예언자를 보내리라. 그가 부모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자녀의 마음을 부모에게 돌리리라. 그래야 내가 와서 이 땅을 파멸로 내리치지 않으리라.”(말라 3,23-24) 하고 전언합니다.
바로 이와 같은 유형의 예언을 근거로, 유다인들은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에 대해 자주 이의를 제기하곤 했습니다. 엘리야가 먼저 파견되었어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에서 예수님은 분명히 엘리야가 와서 모든 것을 돌려놓았으나,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며, 사람들은, 모든 예언자에게 그렇게 했듯이, 그를 제멋대로 대했다고 질타하십니다. 나아가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 하고 이르시자, 비로소 “제자들은 그것이 세례자 요한을 두고 하신 말씀인 줄을 깨닫습니다.”
메시아를 준비하기 위해 하느님이 먼저 보내신 엘리야, 곧 세례자 요한은, 복음서에 의하면, “길을 곧게 내고 골짜기를 메우고 산과 언덕을 낮게 할” 사람,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임을 선포할 사람, “손에 키를 들고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며, 알곡을 하느님의 곳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메시아를 준비하기 위해 파견된 존재입니다. 이렇게 세례자 요한은 전승 속의 엘리야가 수행했어야 했던 사명을 그대로 완수한 인물입니다.
예수님은 율법 학자들이 시대의 표징을 알아볼 능력이 없다면, 당신이 메시아임을 알아볼 능력과 자격이 없음을 천명하시는 듯합니다. 그러기에 사람의 아들은 고난을 받을 것이며, 그것도 바로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입니다.” 율법 학자들이 알아보지 않기를 고집한다면, 새 율법 학자들, 곧 제자들이 예수님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십자가 예고를 해독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율법 학자들은 메시아에 앞서 엘리야를 기다려 왔지만, 구약시대의 예언자 엘리야와 똑같은 인물, 외적으로 똑같은 인물을 품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께서 왜 엘리야를 파견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메시아를 준비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임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온 새로운 엘리야로서의 요한 세례자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던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 스스로 요한 세례자가 되어, 나와 하느님, 나와 이웃과의 관계를 바로잡는 시간, 기도가 필요하다면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사랑 실천이 필요하다면 더욱 정성을 기울이며, 잘못이 있다면 곧은 회개의 길을 찾는 가운데, 우리 가운데 오시는 주님을 정성껏 맞이해 나가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