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13 조회수 : 88

어느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습니다.

 

“꽃길만 걸으려 애쓰지 말고, 자갈밭에서도 굴러 보세요.”

 

“꽃길은 누구나 원하는 길이라 경쟁이 치열하지만, 자갈밭에서는 대부분 의욕이 없어서, 조금만 의욕을 가져도 빛날 수 있어요.”

 

크게 공감 가는 말이었습니다. 저 역시 사제 생활에서 꽃길을 선택하려 했었습니다. 아니 꽃길이 나의 삶인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힘든 곳에서 사목하게 되었습니다. 성지에서, 교구청에서, 빚 많은 성당에서…. 다들 제게 처음에는 “왜 그곳에 가는 거야? 주교님께 찍혔어?”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저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간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습니다.

 

꽃길은 그냥 꽃길일 뿐입니다. 쉽고 편할 수 있지만, 내 안에 있는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게 됩니다. 자갈밭은 분명 어렵고 힘듭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이런 체험이 있고 난 후, 고통과 시련이라는 마음이 들면 하느님의 은총을 그 안에서 발견하려고 애씁니다. 정말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이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꽃길보다 자갈밭에 하느님의 은총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말라키 예언서는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엘리야 예언자가 파견되어, 아버지의 마음을 자녀에게 돌리고 자녀의 마음을 아버지에게 돌리게 할 것으로 예언했습니다. 이 말씀으로 율법 학자들은 엘리야가 먼저 와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생각하기에 엘리야가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메시아이시니, 엘리야가 와서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일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엘리야는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멋대로 다루었다. 그처럼 사람의 아들도 그들에게 고난을 받을 것이다.”(마태 17,12)

 

예수님께서는 이 엘리야가 세례자 요한임을 이야기하십니다. 사람들은 엘리야의 환생을 기대했지만, 실재는 회개를 외치며 모든 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한 세례자 요한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멋대로 다룹니다. 그리고 사람의 아들인 메시아 역시 영광의 자리에 오르기 전에 고난을 받아야 함을 예고하십니다.

 

율법 학자들은 화려하고 강력한 능력으로 세상을 뒤집을 ‘영광의 엘리야’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 낙타 털옷을 입은 고행자 세례자 요한을 통해 그 약속을 이루셨습니다. 하느님의 일은 세상에서의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작고 초라한 곳, 또 고통스러운 곳에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명언: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엘리노어 루스벨트).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