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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5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15 조회수 : 98

2020년부터 시작되었던 코로나 팬데믹은 많은 이를 힘들게 했습니다. 특히 우리 교회에서도 어려움이 닥쳤습니다. 거리두기로 인해 미사 참석이 힘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미사에 나가지 못하니 아예 신앙을 멈춰버린 분도 많았습니다. 요즘도 코로나 때부터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가 이제야 나오게 되었다는 분도 꽤 됩니다. 쉬는 김에 오랫동안 푹 쉬신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박해 시대에도 전염병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1821년, 우리나라는 콜레라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콜레라는 ‘괴질’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괴상한 병,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병이었습니다. 특히 병의 진행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이 저녁에 죽어 나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발병 후 사망에 이르는 시간이 매우 짧았습니다. 그래서 1821년에만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때 신앙생활을 멈췄을까요? 더구나 박해의 위협도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해서 질병에 맞섰고, 박해에 굴하지 않고 순교하셨습니다. 이런 우리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신앙과 지금 우리의 신앙을 비교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너무 쉽게 세상에 타협하던 것이 아닐까요?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소?”(마태 21,23)라고 묻습니다. 당시 유다교 체제에서 공적인 가르침이나 성전 관할권은 랍비의 안수나 산헤드린의 위임이 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이를 받지 않은 예수님을 신성 모독으로 고발하려는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마태 21,25)라고 되물으십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증언한 예언자입니다. 따라서 요한의 권위를 인정한다면 예수님의 권위도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하늘에서 왔다.”라고 하면, 왜 요한의 말을 믿고 회개하지 않았으며, 그가 증언한 예수를 왜 믿지 않느냐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서 왔다”라고 하면, 요한을 참된 예언자로 믿고 있는 군중의 폭동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르겠소.” 하고 대답합니다. 진짜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판단을 회피하는 것이고, 책임을 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진리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불성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아들의 권한을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처럼 남의 눈치를 보며 세상과 타협하는 신앙생활을 하던 우리가 아닐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켰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본받아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바늘 하나로 천을 잇듯,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이어간다(마야 안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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