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태 1,1-17: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1. 예수 그리스도의 두 가지 탄생
마태오 복음은 “아브라함의 자손이시며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1절)라는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주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참 인간이심을 드러내는 신앙 고백이다. 성 이레네오는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말씀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시고 다윗의 뿌리에서 나시어, 구원의 약속이 우리 안에서 성취되었음을 보여주셨다.”(Adversus Haereses III,21,3) 즉, 족보는 단순한 가계도가 아니라, 구원사가 육신 안에 뿌리내린 사건을 증언하는 것이다.
2. 아브라함과 다윗 안에서 성취된 약속
아브라함에게는 “네 후손을 통하여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2,18)는 약속이 주어졌다. 다윗에게는 “네 집안과 네 나라가 내 앞에서 영원히 굳건하리라.”(2사무 7,16)는 언약이 주어졌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묵상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아브라함의 약속이 성취되고, 다윗의 왕좌가 영원히 세워졌다.”(Enarrationes in Psalmos 132,11)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족보는 약속에서 성취로, 예언에서 실현으로 이어지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드러낸다.
3. 14대씩 세 구분으로 나눈 족보
마태오가 족보를 14대씩 세 시기로 나눈 것은 우연이 아니다(17절). 아브라함에서 다윗까지: 약속의 시대; 다윗에서 바빌론 유배까지: 왕국과 몰락의 시대; 바빌론 유배에서 그리스도까지: 기다림과 성취의 시대로 나누고 있다. 이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의 역사를 면밀히 인도하시며, 마침내 “때가 차자”(갈라 4,4) 구세주를 보내셨음을 보여 준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이렇게 설명한다. “족보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와 불순종, 심지어 죄까지도 꿰뚫어 구원의 도구로 삼으신 섭리를 본다.”(In Matthaeum Hom. 1,5).
4. 족보 안의 죄인들
이 족보 안에는 의인들만이 아니라, 죄인들과 이방 여인들도 등장한다(타말, 라합, 룻, 밧 세바).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를 두고 “구세주께서는 죄인들의 족보에 들어오심으로써 죄인을 구원하시려는 목적을 드러내셨다.”(De Civitate Dei XVII,20)라고 해석한다. 이는 예수님의 오심이 완전한 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죄인을 위한 보편적 구원임을 드러낸다.
5. 대림 시기의 의미
이제 우리는 대림 후반기를 맞아 족보를 묵상한다. 족보는 단지 과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 역시 때로는 아브라함처럼 믿음을 따라 걷기도 하고, 다윗처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순간도 있지만, 때로는 이스라엘처럼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유배와 같은 삶을 살기도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구원의 길로 부르신다.
6. 결론
마태오의 족보는 단순한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 속에 들어오신 사건의 증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약속은 이루어지고, 죄인에게 구원이 선포되었으며, 인류의 역사는 구원의 절정으로 들어갔다.
이제 우리도 대림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늘 회개의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며,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의 족보 속에 믿음의 이름으로 새겨지도록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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