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12월 22일 _ 조욱현 토마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2-22 조회수 : 40

복음: 루카 1,46-56: 마리아의 노래-하느님 찬미가 
 
1. 주님의 위대하심을 찬미하는 노래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뛰니”(47절).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의 크기를 자신의 전 존재, 곧 영혼과 마음으로 찬양한다. 이 찬미는 단순한 입술의 노래가 아니라, 존재 전체의 응답이라는 점이다. 성 암브로시오는 이렇게 설명한다. “마리아의 영혼은 주님을 위대하게 하고, 마리아의 정신은 하느님 안에서 기뻐한다. 왜냐하면 주님을 위대하게 만드는 사람은 그분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사람이며, 자신 안에서 그분을 드러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Expositio Evangelii secundum Lucam, II,26) 즉, 마리아의 노래는 단지 자신의 은총 체험을 넘어, 그리스도를 품은 모든 이들의 찬미의 모범이다. 
 
2. 겸손과 은총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48절). 마리아는 자신을 “비천한 여종”으로 고백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드러낸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이 대목을 해석하며 이렇게 강조한다. “마리아는 자신을 위대하게 한 것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주님의 자비라고 고백한다. 그분은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겸손한 이들을 들어 높이신다.”(Sermo 10 de Sanctis, 3) 이 고백은 마리아가 단순히 “겸손한 사람”이라는 것을 넘어, 은총의 전형으로 세워졌음을 보여 준다. 
 
3. 교만한 자와 가난한 자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53절). 여기서 굶주린 이는 단순히 물질적 가난이 아니라, 하느님을 갈망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반대로 부유한 자는 스스로 충만하다고 착각하는 교만한 자들이다. 성 이레네오는 이를 “하느님을 향한 갈망”의 신비로 해석하며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신을 음식으로 주셨다. 그러나 자기 배를 채운 자들은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Adversus Haereses V, 34,2) 곧, 하느님은 굶주린 자들의 양식이시며, 성체성사 안에서 이를 가장 완전하게 실현하신다. 
 
4.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의 성취
“그분께서 당신의 자비를 기억하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거두어 주셨으니, 아브라함과 그 후손에게 영원히 미칠 것입니다.”(54-55절). 마리아의 찬미가 끝맺음은 언약의 성취를 선언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렇게 가르친다. “마니피캇은 하느님의 자비가 역사 안에서 어떻게 충만히 드러났는지를 보여 주는 노래이다. 이스라엘과 맺으신 언약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마침내 성취되었다.”(Deus Caritas Est, 41) 마리아의 노래는 곧 언약의 성취를 노래하는 교회의 찬미이다. 그래서 교회는 매일 저녁 기도(성무일도)에서 이 노래를 바친다. 
 
5. 영성적 적용
마리아는 단순히 말씀을 잉태하신 분이 아니라, 말씀을 실천하는 분이시다. 말씀을 믿고, 말씀을 품고, 말씀을 삶으로 낳아주셨다. 따라서 성탄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마리아는 이렇게 가르친다. “그리스도를 잉태하는 신앙은 곧,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드러나야 한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마리아는 믿음 안에서 복되신 어머니일 뿐 아니라, 교회가 따라야 할 신앙의 모범이다. 교회는 마리아와 같이 말씀을 받아들이고, 말씀을 봉헌하며,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세상 안에 그리스도를 낳는다.”(RM, 43)
마리아의 찬미가 마니피캇은 겸손한 영혼의 찬미, 언약 성취의 노래, 교회의 일상적 기도의 핵심이다. 마리아가 성탄을 준비한 방식은 바로 말씀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실천이었고, 이는 오늘 우리 모두에게 성탄의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